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총장 직선제'와 관련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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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재학생들이 학교 측에서 검토하고 있는 남녀공학 전환 방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찬성이 ‘0표’ 나왔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 운동장에서 학생총회를 개최했다. 학생총회는 학생회칙상 최고 의결 기구로, 재학생 6564명 중 10%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된다. 이날 운동장에는 재학생의 30% 수준인 1900여 명이 모였다.
총회에서는 두 안건에 대해 투표가 이뤄졌다. 첫 번째 안건은 ‘동덕여대 공학 전환’으로, 투표자 1973명 중 찬성 0명, 반대 1971명, 기권 2명이 나와 부결됐다. 두 번째 안건인 ‘총장 직선제 도입’은 총 투표자 1932명 중 찬성 1933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총장 직선제는 재학생들이 학교와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대책이다.
학생들의 의사는 공개 투표 방식으로 물었다. 총학생회는 총회 시작 전 ‘2024 민주동덕 학생총회’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나눠줬고, 투표가 시작되면 학생들이 손피켓을 들어올려 찬성·반대·기권 의사를 표하는 방식이다. 총회 진행 요원들은 투표가 시작되면 구역별로 돌아다니며 의사를 표시한 학생 수를 집계했다.
총회는 이날 오후 2시40분쯤 최현아 총학생회장의 연설로 시작됐다. 최 회장은 “여대라는 정체성을 뒤흔드는 주요 의제를 학생들은 학교가 아닌 누군가의 입과 글로 먼저 접했다”며 “금일 투표 결과를 처장단 면담에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총회는 두 안건 투표가 끝난 오후 3시30분쯤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박수를 쏟아내며 환호했다. 총학생회는 21일 오전 11시 학내 처장단과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교내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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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에서 학생들이 지난 11일 시작한 캠퍼스 건물 점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로 구호를 건물 외벽과 바닥에 적은 ‘래커 시위’와 관련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학교 측은 래커 시위로 캠퍼스에 24억~5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또 점거 농성으로 발생한 피해 사례를 수집하겠다고 공지했다.
총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이번 계기로 학교와 학생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A(26)씨는 “2017학년도부터 학교에 다니며 학교의 일방적인 행정 시스템을 지켜봐 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교수 충원, 시설 정비 등의 안건도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교수 241명은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호소문에서 학생들 간 수업 거부 강요와 학교 시설 점거·훼손을 중단하라고 했다. 학장단은 호소문에서 “수업과 학사 행정이 조속히 정상화되어 강의실에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홍순주 동덕여대 총동문회장은 입장문에서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우려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학교의 건물과 교정은 동덕의 뜻깊은 역사를 간직한다. 소중한 동덕이 시위라는 이름 하에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되어지고 있다”고 했다.
현정민 기자(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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