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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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공제한도를 유예 없이 5000만원 상향하기로 20일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여권은 “800만 투자자와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는 2020년 가상자산에 대해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을 부과하는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식고, 투자자 반발이 거세자 두 차례 연기해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상태다. 정부는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과세 도입 시기를 내년에서 2027년으로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야는 지난 19일 기재위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이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당은 정부 안에 맞춰 과세를 2년 유예하자는 입장을 폈지만, 민주당은 ‘수용불가’를 고수했다. 유예에 반대하는 민주당은 공제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낸 상태다. 민주당 기재위원인 정태호 의원은 “가상자산의 공제한도를 높이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위원장은 여당 소속 송언석 의원이기 때문에 26일 상임위 처리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세입 부수 법률안은 11월 30일까지 의결해야 하지 못할 경우, 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 회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공제한도 상향에 투자자의 반응은 차갑다. 가상자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민주당에 항의 전화해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가운데, 민주당 온라인 당원게시판에도 유예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뒤 가상자산 시장이 ‘불장’으로 열기를 더해가자, 유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이미 양보한 마당에 가상자산 과세까지 후퇴할 수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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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대야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앞서 유사하게 진행된 금투세 승부에서 승리를 거둔 만큼 ‘시간과 여론은 우리 편’이라는 계산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에 “우리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기로 한 이유는 청년의 부담을 줄이고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며 “(민주당의 입장은) 국민의힘이나 정부와 싸우는 게 아니라, 800만 투자자 그리고 청년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심의 편에 서서 금투세 폐지를 이끌어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여의도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주식 투자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법 개정을 약속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경영구조의 문제, 지배권 남용 문제를 체계적으로 확실히 해결할 방법이 바로 이사 충실 의무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금투세 폐지와 동시에 확실하게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주장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는 “배당소득세를 낮추자고 하면 ‘부자 세금을 깎아주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세수 측면에서 보면 배당이 정상화되면 오히려 총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한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이 넘을 경우 다른 종합소득과 합해 최대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재계와 정부ㆍ여당은 배당소득만 떼어내 단일 과세를 하자는 입장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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