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000일을 맞은 1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촛불이 켜져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가 미국 제공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처음 공격한 다음날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관이 공습 위험이 있다며 대사관을 폐쇄했다. 퇴임을 두달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의 말을 뒤집고 우크라이나에 대인 지뢰도 제공한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은 “세계 3차대전”을 위협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미국대사관은 20일(현지시각) 누리집에 “잠재적인 중대 공습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받았다”며 “대사관은 문을 닫고, 직원들은 대피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1000일을 맞았던 19일 우크라이나는 처음으로 사거리가 300㎞인 미국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를 타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서부 브랸스크 지역에 에이태큼스 6발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브랸스크 지역은 북한군이 파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주와 접해 있다. 에이태큼스 첫 타격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가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17일 이후 이틀 만에 벌어졌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비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했을 때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핵억제력 분야의 국가정책 기초’(핵 교리) 개정을 승인했다. 에이태큼스 사용 허가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취지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말했다.
같은 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쪽 당국자 2명의 발언을 토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용 지뢰 제공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2년차였던 2022년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는 (민간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인 지뢰 사용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바이든 대통령이 대인 지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이전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얼마 남지 않은 카드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구체적인 종전안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현 전선은 동결되고, 양쪽은 800마일(약 1280㎞) 전선의 양쪽을 비무장지대화하자는 내용이 트럼프 쪽에서 논의됐다고 미국 언론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안이 현실화되면 우크라이나는 상당한 영토를 상실한다. 더구나 우크라이나는 올해 들어 러시아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 20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미국 전쟁연구소(ISW)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가 올해 2700㎢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새로 점령했는데 이는 지난해 점령한 면적 465㎢의 6배에 이른다고 짚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결정에 자극받은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19일 엑스(X)에 핵 교리 개정과 관련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 시설이 어디에 있든 대량파괴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 이는 3차 세계대전을 의미한다”는 글을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판은 하면서도 크게 반응하지는 않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새 러시아 핵 교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불행하게도 나는 새 핵 교리에 관한 크렘린의 언급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핵무기 준비 태세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핵무기 문제를 포함한 안보 문제 전문가인 매슈 번 하버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실제 러시아의 단기적인 핵 사용 가능성은 증가하지 않았다”면서도 “핵전쟁의 장기적 가능성은 약간 증가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하는 데 대한 미국의 지원 의지가 푸틴의 서방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이정연 김미나 기자 garden@hani.co.kr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