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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사설] 불편한 질문에 “무례”라는 대통령실, 국민에 대한 무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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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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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사과한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한 기자를 두고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며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 상식을 한참 벗어난, 황당하고 몰염치한 발언이다.



홍 수석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은 ‘맹탕 회견’의 정곡을 찌른 핵심이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구체적인 사과의 이유나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악마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김건희 여사를 감쌌다. 이런 답답한 회견 말미에 박 기자가 “국민들이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보충설명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라고 물은 것이다. 빠져선 안 될 필수적이고 정중한 질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질문에도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라고 해주시면 딱 그 팩트에 대해서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례한 답변이었다.



홍 수석의 발언은 대통령실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졌고, 시대착오적인지 보여준다. 앞으로는 기자들이 대통령 심기를 살펴 질문하란 말인가.



골프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도 납득하기 어렵다. 운영위에서 참모들은 ‘대통령 골프가 왜 문제냐’는 식으로 대응했다. 논란의 핵심은 ‘골프’가 아님을 알면서 이러는가, 정말 몰라서 되묻는 건가. 애초 ‘트럼프 대비용’이라는 군색한 해명을 내놓으면서 불거진 ‘거짓말’ 논란이다. 윤 대통령의 지난 9일 라운딩이 시비에스 기자에게 포착되자, 대통령실은 보도가 나가기 전 ‘트럼프 외교에 대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고 미리 언론에 알렸다. 하지만 이후, 윤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8월19~29일) 기간을 비롯해 미국 대선(11월5일) 전부터 라운딩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돼, ‘트럼프 당선을 예견했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게다가 경호처는 취재기자에게 “제보자가 누구냐”며 색출을 시도하는 등 언론 취재마저 방해하려 했다.



윤 대통령 부부 떠받들기에만 급급한 대통령실 단면이다. 국정 쇄신을 할 주체도, 직언할 참모도 안 보인다.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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