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오사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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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이 우려되는 위험한 ‘갈림길’에서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임기 만료를 두달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가 설정해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는 모험적 조처를 취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살벌한 핵 위협으로 긴장 수위를 크게 높이는 대응에 나섰다. 전세계 핵탄두의 80% 이상을 보유한 두 대국이 직접 충돌하면, 그 여파가 어디까지 이를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두 나라는 인류의 공멸을 피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끈질긴 대화를 통해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정세는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각) 미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지으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후 열흘쯤 뒤인 17일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군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영토 내에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리고 19일 우크라이나군은 실제 이 미사일을 사용해 러시아를 공격했다. 푸틴 대통령이 앞선 9월 미국이 이 미사일 사용을 허락한다는 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와 전쟁을 한다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미-러 전쟁은 이미 시작된 셈이 된다.
대응은 즉각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비핵국가의 공격도 핵국가(미국)의 지원이 있다면 공동 공격이라 간주”할 것이라는 내용의 새 핵독트린에 서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공격 뒤 “전쟁이 질적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이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 국면’으로 들어갔으니 러시아가 나토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핵을 쓸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미-러는 사실상 1962년 쿠바 핵위기 때와 같은 심각한 갈등 국면에 돌입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핵심 원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조함’이다. 1만명 넘는 북한의 대부대가 투입된 가운데 상황을 방치하면,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점령한 쿠르스크주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2기 트럼프 행정부 발족 이후 시작될 수 있는 ‘휴전 협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침략 전쟁을 일으킨 푸틴이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1천일 넘게 이어진 전쟁을 지금처럼 이어갈 수도 없다. 확전을 막으려는 냉정한 자세로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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