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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전기차 불, 이렇게 끌 수 있다니”…무게추로 짓누르자 감쪽같이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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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화재진압 훈련 르포
이동식 침수조 즉각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잡아
배터리셀 뚫는 장비도 시연


매일경제

무인파괴방수차를 투입해 전기차 화재 진압 훈련을 하는 모습. [정석환 기자]


20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팔복LH아파트. 평온한 오후 일상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불이야” 외침에 혼란스러워졌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중이던 전기자동차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연기가 바람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화재 발생 1분도 지나지 않아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불이야” 외침이 울려퍼진 뒤 5분도 되지 않아 단지 내 주민들이 뛰쳐나왔다. 사이렌을 울리며 순찰차가 도착했고, 화재 발생 10여분 가량 지난 뒤 신고를 받은 전주덕진소방서에서 소방대원들이 지휘차량, 구급차, 펌프차 등을 이끌고 현장에 도착했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전기자동차 화재의 악몽을 떠오르게 한 이번 화재는 실제 상황은 아니다. 행정안전부에서 올해 네 번째로 실시한 ’레디 코리아(READY Korea)‘ 훈련 상황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화재 발생 알림 25분 가량 지난 뒤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보고받는 등 훈련에 직접 지휘했다. 이 장관은 “최근 전기차 화재로 국민들께서 불안해하시는만큼 이번 훈련은 종합적인 정부 대응 태세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훈련에는 실제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되는 장비들이 총동원됐다.

소방대원들은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차량을 지상주차장으로 옮긴 뒤 차량을 미리 마련한 이동식 침수조 안에 넣고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동식 침수조는 화재 차량의 배터리를 72시간 동안 침수시켜 열폭주를 막고 안정화시키는 장비다.

지하로 이동식 침수조를 옮기는 방법도 있지만, 화재로 발생하는 연기 등을 감안하면 차량을 지상으로 우선 옮긴 뒤 진화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소방대원들이 이동식 침수조에 물을 채우자 차량을 뒤덮은 노란 연기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15분 가량 지나 차량 바퀴의 절반 정도까지 물이 차오르자 한 소방대원이 “그만”이라고 외치며 물 공급을 중단했고, 소방대원들은 침수된 차량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무인파괴방수차를 활용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도 진행됐다. 무인파괴방수차는 차량에 부착된 육중한 무게추인 파괴기를 이용해 건물 외벽이나 천장을 파괴한 뒤 노즐을 내부에 진입시켜 화재를 진압하는 장비다.

이번 훈련에서 무인파괴방수차는 차량을 건물처럼 파괴해 화재를 진압했다. 차량 앞, 뒷유리를 파괴한 뒤 다량의 물과 소화약제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노즐이 설치된 육중한 추 형태의 파괴기가 차량을 짓누른 순간 화재도 순식간에 진압됐다.

관통형방사장치(EV-드릴랜스)도 동원됐다. EV-드릴랜스는 수압을 이용해 전기차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 셀을 뚫고 물을 배터리에 직접 공급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는 장비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사 탱크테크가 공동 개발한 EV-드릴랜스는 올해 연말까지 소방청에 250대 기증될 예정이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기후 위기, 도시 인프라 등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인한 대형·복합 재난에 대비해 민관이 함께 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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