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사흘째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최형두 국민의힘 간사, 김현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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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야당 위원들이 20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인건비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지원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한 '2025년도 예산안'을 단독 의결, 예결위로 넘겼다.
과방위 야당위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방통위가 현재 2인 체제고, 내년에도 상임위원이 언제 임명될지 알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이같이 의결했다.
당시 여당 소속 위원들은 "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횡포를 부린다.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며 전원 퇴장한 상태였다. 여당 위원들은 "야당이 방통위 상임위원(이하 방통위원) 국회 몫 후보 추천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하더니,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건 어떤 경우인지 모르겠다.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우려도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위원들은 당초 정부안에서 10억 원 가량 증액시켰지만 실질적 인건비, 예컨대 방통위 본부 총액 2억4800만 원 및 운영지원과 기본 경비 3억500만 원, 기획조정관 기본경비 6억8200만 원 등은 삭감했다.
여야의 이견이 가장 컸던 부분은 2억5천만 원 가량 줄어든 본부 총액 항목이다. 당초 야당 위원들은 '위원장, 부위원장, 방통위원 3인 인건비 전액 삭감', '공석인 방통위원 3인 인건비 전액 삭감', '위원장 연봉 전액 삭감' 등을 주장했다.
이에 여당 위원들이 "앞으로도 계속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을 하지 않을 속셈이냐"고 따지자, 야당에선 전체 인건비의 1% 가량(2억4800만 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줄어든 금액은 공석 방통위원 3인 인건비 4~5개월 분과 같은 액수로, 여당 위원들은 "야당 위원들은 말로는 방통위원을 추천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야당위원 단독으로 처리한 예산안을 보면 '방통위 무력화 속내'를 고스란히 녹여낸 꼼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3억 원이 넘게 줄어든 운영지원과 기본경비를 놓고도 설왕설래(說往說來)다. 야당 과방위원들은 방통위원장 및 방통위원 차량 유류비는 전액 삭감했고, 차량임대료(임차료)도 50% 감액돼 기존 8대에서 4대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의도한 바는 아닐지 몰라도, 예산 범위 내에서 운영하려면 위원장과 공석인 방통위원 차량 4대를 반납해야만 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국내 여비(출장비) 70%, 일반수용비(택시비 등) 50%를 각각 삭감하는 등 대외 업무를 봐야하는 직원들의 손발도 상당 부분 묶이게 된다.
기획조정관 기본경비(6억8200만 원) 삭감을 놓고도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전체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송비(3억5000만 원)가 전액 삭감돼, 인앱결제 관련해 수백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구글과 애플 측에서 소송을 걸어오면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로 대응해야만 한다. 디지털성범죄 관련 이슈로 자주 언급되는 텔레그램 등 거대 외국 기업들과의 소송전 및 현지 조사(국외 여비 70% 삭감) 등도 차질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 위원들은 '도무지 수용할 수 없는 예산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최형두 간사는 "방통위가 현재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내년 예산 상당 부분을 삭감했는데, 이는 방통위를 더욱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방통위원장 탄핵 재판이 끝나고 국회가 위원 3인을 추천하면 5인 체제 예산을 복원해준다고 했으나 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김장겸 위원 역시 "어제 야당에서 '국회 몫 방통위원 추천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사실상 방통위원이 공석이라 예산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며 "이 같은 야당의 '갈지(之)자' 행보는 결국 방통위 행정마비를 즐기며 방통위원을 추천할 뜻이 사실상 없음에도 여론을 의식해 말만 앞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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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방위가 의결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방통위 조직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기본경비가 삭감돼 관련 사업 추진이 원만하게 이행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진 않을지 우려된다"면서 "향후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다시 증액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날 과방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은 국회 예결위에서 재논의한 뒤,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백대우 기자(run4fr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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