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코인투자 실패·생활고로 3살 딸 살해…혼자 살아남은 아빠, 죗값은[뉴스속오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11월21일. 코인 투자 실패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남성 A씨(28)가 자신의 3살 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3년 형을 선고 받았다. 코로나19로 직장 사정이 어려워진데다 투기성 투자마저 실패하면서 자녀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이다. 검찰은 이 비정한 아빠에 징역 3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 생각은 다소 달랐다.


투자 실패 후 생활고에 이혼…친모·3살 딸과 살던 28세 남성

A씨는 2021년 8월15일 오후 4시쯤, 경기 수원시의 자기 집에서 자고 있던 딸 B양(3)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살해 이유는 코인 투자 실패로 인한 생활고였다.

2018년 무렵 회사원이던 A씨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 등으로 4000만원가량의 빚을 졌다. 그는 2020년 아내와 이혼한 뒤 모친의 도움을 받아 B양을 양육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다니던 회사의 무급휴가가 늘어나며 월급이 줄고 생활고가 심해지자 A씨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모친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딸을 죽이고 자살 시도를 했으나 병원으로 옮겨져 폐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어린 딸 살해한 비정한 아빠, 징역 13년


머니투데이

/사진=임종철 디자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해 11월21일 수원지법 형사13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3년형과 2년간의 보호관찰 명령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녀인 피해자를 보호,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을 내버리고 자녀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는 일방적인 판단으로 나이 어린 피해자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겨 살해했다"며 "이러한 범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고 등으로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의 범행, 죄책감 속에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원심 때부터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A씨에게 징역 30년 및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많은 후회를 하고 있다.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라고 말했다.

2022년 3월 A씨는 항소심에서도 1심 선고와 같은 징역 13년과 보호관찰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어린 자녀를 살해한 범행은 어떠한 일로도 용서받을 수 없으나, 홀로 자녀를 양육하다 생활고 등 여러 어려운 환경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 원심 재판부는 주요 양형 요소들을 두루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 법원에서는 원심 형량을 변경할만한 조건 변화가 없고, 이런 사정과 여러 양형 요소를 고려했을 때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존속 살해는 가중 처벌, 비속 살해는 강화 규정 없어


머니투데이

/사진=김현정 디자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형법상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 살해'에 대해선 가중 처벌한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존속살해를 가중처벌 하는 형법 제250조 제2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지만, 일반 살인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 살해'와 관련해서는 과거와 달리 처벌 수위가 높아졌지만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아동학대 살해(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형)는 형법상 살인(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보다 형량이 무겁다. 그러나 일반 살인 또는 동반 자살 등의 혐의로 분류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비속 살해는 아동 학대 입증이 까다로워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아라 기자 aradazz@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