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남성·이성애 중심주의를 넘어…'가장 느린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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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자살의 언어 =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어떤 이유에서건 생을 이어가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궁지에 몰려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게 자살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에 이르게 된 동기는 989가지, 자살 방법은 89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로마의 철학자 겸 정치가 세네카는 "사람은 스스로 탈 배와 살 집을 고르듯 이 세상을 떠날 방법을 고를 수 있는 권리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네카는 여러 명언을 남긴 뛰어난 인물이지만, 자살에 관한 그의 말은 여전히 논쟁 대상이다. 실제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나 단체도 많다. 대표적인 단체가 스웨덴 의회다. 스웨덴 의회는 자살률을 0으로 만들겠다는 '자살 제로' 비전을 의결한 바 있다.
20년 이상 정신건강과 자살 문제를 연구해온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자살 문제를 정조준한다. 책에는 자기를 파괴한 사람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사람들, 명예를 위해 죽음을 택한 사람들, 사랑을 추구하다 생을 마감한 사람들, 안락사를 신청한 사람과 그의 배우자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나온다.
그런 이야기는 주로 삶에 드리운 수치심, 분노, 배신, 침묵, 좌절, 허무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무엇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맞닿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북라이프.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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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느린 정의 = 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 지음. 전혜은·제이 옮김.
인종주의, 남성중심주의, 이성애 중심주의는 미국 사회의 주류 세계관이다. 이런 세계관에 따라 흑인, 동양인, 동성애자는 주변인으로 내몰리기 일쑤다.
이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장애정의'(Disability Justice)는 주변부로 내몰린 흑인, 동양인, 동성애자 장애인들을 백인, 남성, 이성애 장애인들과 동등하게 대해달라고 요구하는 선언이다.
퀴어 장애인이자 공연예술가인 저자가 '장애정의'의 의미를 설명하고, 그 실천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악한 것들로부터 당신의 마음을 보호하라고 조언한다.
"경계선을 그어도 괜찮다. 불완전해도 괜찮다. 누군가 당신을 저격하면 심장을 내주지 않고 스스로를 좀 보호해도 괜찮다. 당신은 재생 가능하면서도 한정된 자원이다. 당신은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오월의봄. 51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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