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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尹 격노'로 채 상병 수사 '외압' 주장한 박정훈에 군 검찰, 항명죄로 3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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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군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21일 용산에 위치한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대령이 수사 결과를 이첩하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겼다면서 "(박 전 단장이) 군 기강을 담당하는 군사경찰 고위장교임을 감안했을 때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군 검찰은 "군 전체 기강에도 악영향이 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엄벌이 필요하다"며 "범행의 중대성, 범위, 정황 등 여러 양형을 고려해 징역 3년을 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군 검찰은 박 전 단장이 지난해 7월 발생한 채 상병 사망사건의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지 말라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며 그를 기소했다. 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단장 측은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이첩을 보류하라고 명령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이 국방부로부터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이첩을 중단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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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훈(가운데)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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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19일 발생한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7월 28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내용을 김계환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유족에게 설명했다.

이후 7월 30일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과 함께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오전 10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오후 4시 30분)에게 각각 동일한 수사결과를 보고했다. 이 때도 '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됐고 박 전 단장은 "다음 주 화요일(8월 1일)에 (자료를 경북경찰청으로) 이첩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종섭 장관은 이 때 문서에 결재했다.

이첩 하루 전인 7월 31일 오후 14시 수사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날 12시경 박 전 단장은 국방부 이윤세 공보정훈실장으로부터 "언론브리핑이 취소됐다"고 전달받았다. 이후 김 사령관도 박 대령에게 "언론브리핑이 취소되었으니 부대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장관은 본인이 결재를 했음에도 이러한 판단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수사결과 보고 당시) 제기된 의견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국회·언론브리핑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즉 여단장 및 초급간부 등 '혐의가 적용되지 말아야 할 이들에게 혐의가 적용돼 있어' 수사 재검토가 필요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박 전 단장 측이 실제 김 사령관에게 들은 내용은 이와 다르다. 박 전 단장이 8월 29일 군 검찰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당일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에게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물었고 김 사령관은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박 전 단장이 "정말 VIP가 맞습니까?"라고 묻자 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대답했다.

이후 박 전 단장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경찰에 이첩 예정인 수사자료를 보내고, 자료에서 혐의자와 혐의내용(업무상 과실치사)을 다 빼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를 부당한 외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특정 혐의자를 제외하라는 식의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장관은 또 해병대사령관과 부사령관에게 "수사를 경찰로 이첩하는 것을 멈추라"고 지시했다고 8월 21일 국방위원회에서 밝혔다. 당초 8월 2일로 예정된 수사이첩을 중단·보류하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이 지시를 거부하고 수사자료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박 전 단장에게 집단항명수괴 혐의를 적용해 형사입건했다.

박 전 단장의 초기 법률대리인은 김경호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이러한 사건은 관할 경찰청에 '지체없이' 송부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다. 기록과 증거물 모두 송부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이는 법적 근거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단장 측은 △수사이첩을 위해 준비하던 사건인계서를 법무관리관에게 전달하라 △수사자료에서 혐의자, 혐의내용 등을 빼라는 등 국방부 등의 외압성 요청을 듣고 이를 거부하기 위해 '수사내용 변경 시 예견되는 문제점'을 정리해 사령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8월 2일 수사단은 원안 그대로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박 전 단장은 이날 김 사령관이 '이첩 중단 명령을 내리면 어떻게 되겠느냐' 묻자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칫 직권남용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라고 대답했다.

경북경찰청에 수사 자료를 넘기고 인계하고 있던 오전 10시 51분경 김 사령관이 박 전 단장에게 전화해 "당장 인계를 멈추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이후 국방부가 이날 오후 경찰청에 넘겼던 수사자료를 전부 회수했고 다음날인 3일 군 검찰은 수사단 관계자들의 휴대전화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박 전 단장을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박 전 단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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