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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내 집은 어디에①] 우리는 왜 이토록 '내 집 마련'에 사활을 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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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생존 위한 '최후의 보루'
주식보다 부동산…'자산 증식 수단' 인식
서울 청년 10명 중 7명 "결혼보다 집이 우선"


더팩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은 '내 집을 꼭 보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삶의 공간에 더해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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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이중삼 기자] '세상살이 설움 중에 집 없는 설움이 가장 크다'는 말이 있을 만큼, '내 집 마련'에 대한 한국인의 애착은 대단하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5만1000가구의 조사대상 중 '내 집을 꼭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89.6%로, 전년(88.9%) 대비 0.7%포인트(p) 늘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로또 복권에 당첨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집을 사는 것을 1순위로 꼽았을 정도다.

자가에 대한 한국인의 갈망이 큰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생~1974년생)가 집을 '최후의 보루'라고 여긴 것과 무관치 않다. 이 시절 한국은 사회복지제도가 현재와 같이 촘촘하게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들에게 집은 그야말로 개개인의 생존을 위한 실물자산이자 마지막 안전망이었던 것이다. 전북 군산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김경자 씨(여·63)는 "지금 가진 재산은 집 한 채가 전부다"며 "20년 전에 집을 사지 않았다면 현재 힘든 생활을 이어갔을 것"이라며 "집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부동산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도 있다"고 말했다. 삶의 안전망 확보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내 집 마련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다. 삶의 공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안정적인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자산으로서 우리나라 주택의 특징·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분기부터 16년간 전국 주택의 연평균 수익률은 3.4%로, 서울 아파트의 연평균 수익률(4%)이 더 높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4.6%)보다는 낮았지만, 변동성(9.6)은 코스피(420)보다 월등히 낮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주택이, 유형별로는 단독주택보다 아파트의 자산가치가 컸다.

보고서는 "아파트는 다른 주택 유형에 비해 가격 상승률과 매매의 용이성 측면 외에도 자산으로서도 유리하다"며 "아파트는 표준화 정도가 높아 가격 외에 감안해야 할 사항(디자인·내구성·편리성·유지보수 용이성)이 비아파트보다 적어 건축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구입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는 관리가 공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보유자 입장에서 유지보수가 수월하고 관련 비용도 저렴하다"며 "재건축이 예상되는 아파트의 경우 유지보수 필요성이 줄어 관련 비용은 더욱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높은 도시화·집적으로 인한 안정적 수요, 재개발·재건축 등에 따른 차익기대, 불충분한 재고수준 등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2727만원으로 이중 금융자산(저축 등)이 23.9%, 실물자산(부동산·주택 등)이 76.1%로 조사됐다. 부동산이 주식 등보다 자산가치로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부자들도 예외는 없었다.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자산을 더 갖고 있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부자의 총자산은 부동산자산 56.2%, 금융자산 37.9%로 집계됐다. 부자들은 장기 고수익 투자처로 거주용 주택(44.3%)을 1순위로 꼽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부자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말한다.

과거에는 아파트가 '삶의 공간'이라는 의미가 컸다면 현재는 여기에 더해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 대상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주택 유형 중 아파트 비중도 계속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아파트 비중은 지난 2000년 47.8%에서 2010년 58.4%로 늘어나더니, 지난해 기준으로는 64.6%까지 뛰었다. 반면 단독주택 비중은 2000년 37.2%에서 지난해 19.8%로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가구 수도 1263만 가구에 이른다. 2000년 548만 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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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년 10명 중 7명은 자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결혼과 출산보다 집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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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아파트 원해요"…MZ세대 바통터치

베이비부머 세대의 아파트 애정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로 옮겨갔다. 이 세대는 '결혼·출산보다 집이 우선'이라고 답할 만큼, 내 집 마련에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서울연구원의 '서울 청년에게 내 집이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청년 10명 중 7명은 자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결혼·출산보다 집이 필수라고 답했다.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산 증식·보전'(30.3%)이 가장 많았다. '이사 안하고 살 수 있어서'(25.9%), '자가가 있어야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8.0%)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2030세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미래 재테크 수단을 묻는 조사에서도 '부동산'(36.1%)을 1위로 꼽았다. 이어 주식(32.4%), 가상자산(13.1%), 예·적금(8.0%) 순이었다. MZ세대도 집의 의미를 자산 증식의 수단이자 마지막 계층 사다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인천 부평에 월세로 살고 있는 김명준(32) 씨는 "부동산보다 안전한 자산은 금 밖에 없다고 본다. 주식이나 가상자산은 위험성이 크다"며 "수도권에 집을 사놓으면 집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자가는 '그림의 떡'이다. 20대 가구가 저축만으로 서울 소재 아파트를 사려면 80년 이상 걸린다는 분석 결과가 있을 만큼, 현재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의 '부동산 폭등기 청년가구 재정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대 가구의 연소득은 평균 4123만원이다. 소비지출(2136만원)과 비소비지출(598만원)을 제외한 저축가능액은 1389만원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11억9957만원·월별 평균 매매가의 연평균)을 기준으로 저축가능액 전부를 86.4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현재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여파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미 치솟은 가격에 집을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디딤돌 대출 한도 제한 등의 정책을 펼친 것과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 규제는 이들의 자가 소유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4년 11월 둘째 주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4주 연속 줄었지만, 3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화 등 거시정책을 꾸준히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구축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청년들이) 주거 마련에 있어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청년 주거비 지원과 거주 선호지역 중심 주택공급 등을 확대해야 한다. 또 자가 마련을 위한 무리한 투자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의 위험도를 높이지 않도록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한 거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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