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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목멱칼럼]성장에 욕심낼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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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는 고도성장 변곡점을 지나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경기부양 유혹에 따른 유동성 팽창 압력이 산지사방에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각 부문에서 공짜심리, 나아가 포퓰리즘 심리가 만만치 않게 번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 없는 유동성 팽창은 만성적 공급(부족)과 일시적 수요(증대) 양방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복합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더군다나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추정되는 국면에서 섣부르게 경기부양 욕심을 내다가는 물가 불안을 부추겨 만성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이데일리

한국경제는 빈부격차 심화에다 산업간 경쟁력 격차와 함께 경제 대국 간에 첨예한 대립 상황을 고려할 때 성장과 물가의 진행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가계부채 1896조원(GDP 2401조원의 69%), 기업부채 2734조원(연 8% 증가), 정부부채 1146조원으로 나라가 온통 빚더미에 둘러싸여 있다. 부채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반대로 성장률은 하락하는 상황에서 자칫 상환 불능 상태로 치달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중 어느 한 쪽에 방점을 찍다가는 성장도 이루지 못하고 물가도 잡지 못할 우려가 크다. 지금은 성장에 욕심을 내다가는 더욱 중요한 성장잠재력을 해칠 우려가 큰 국면이다. 지난 10월 금리 인하를 단행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앞서 주관적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챗 GPT는 “기준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올바른 판단인지 모른다.

물가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기도 하지만 물가 불안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어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서두르다가는 물가를 동요시켜 결과적으로 고금리 탈출을 더욱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커질 우려도 있다. 재정 낭비로 물가가 불안해지면 화폐가치를 쪼그라트려 가까스로 살아가는 저소득층을 빈곤의 늪으로 몰아넣는다. 재정적자 폭이 계속 확대되면 악성 인플레이션이 끈적거리다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부문이 균형을 이루도록 시장금리가 자연금리(중립금리, Neutral rate of interrest) 수준에서 형성되도록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금리·주가·환율 같은 금융가격지표가 성장·물가·고용·국제수지 같은 거시경제 현상을 적정하게 반영해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이 균형을 이뤄야 시장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시장)금리가 거시경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야 주식시장도 가격과 가치의 균형을 이루고 외환시장 또한 중장기 균형을 찾아간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시장 스스로 극복하고 나라 경제는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아직은 정확한 중립금리 수준과 그 변화를 측정하기 어렵지만 인공지능(AI)의 획기적 발달로 가능해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물가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경제질서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섣부른 미봉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재정을 팽창시키다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만 부추길 가능성이 커진다. 개인의 꾸준한 근검절약 노력과 함께 정부의 화폐가치 안정 의지가 조화를 이뤄야 개인은 물론 사회 안녕과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 물가안정은 소시민들이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경제적 자유를 찾아가게 하는 바탕으로 성장잠재력 고양을 위한 원동력이다.

경제 열강들의 극한 대립, 어디로 튈지 모를 기후 위기, 대내외 산업간 경쟁력 격차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국면임을 인식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어떤 방향으로 증폭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도성장 욕심을 내다가는 물가만 올리고 성장잠재력을 추락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물가와 성장에 2중 압력을 주는 스태그플레이션 안개를 무리 없이 걷어내는 방법은 금융시장과 거시경제가 균형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일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신중한 자세로 대비해야 할 때다. 안개가 걷힐 때까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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