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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 지도만 보면 암 걱정도 없어질까…인간세포 한 눈에 볼 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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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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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개가 넘는 인간의 모든 세포를 다 찾아보자. 각자 모은 데이터를 모아서 구글에서 검색하듯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자.”

전 세계 102개국 3600여 명의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 ‘인간 세포 지도(HCA·Human Cell Atlas)’를 그려냈다. 모든 유형의 세포에 대한 상세 정보를 담은 지도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만 하면 전 세계 지형·지물을 찾아볼 수 있는 ‘구글 지도’처럼 인간 세포의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더 정밀하게 질병을 진단하고, 혁신적인 신약을 발굴하며,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뤄줄 연구들의 근간이 될 중대 성과다.

HCA 컨소시엄은 20일(현지시간) “인간 세포 지도 첫 번째 버전을 완성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자매 학술지에 약 40여 편의 논문으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HCA 컨소시엄은 모든 인간 세포에 대한 포괄적인 참조 지도를 만들기 위해 만든 국제 협력 이니셔티브다. 2016년 챈 저커버그 재단, 영국 웰컴트러스트, 미국립보건원(NIH) 등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하에 서울대 의대, KAIST, GIST, 포스텍, 삼성서울병원 등의 연구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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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된 인간 세포 지도는 초안으로, 약 1억개 세포 정보를 담고 있다.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에는 태반과 골격의 형성 과정, 뇌 성숙 과정의 변화, 새로운 장 및 혈관 세포 상태, 코로나19에 대한 폐 반응, 유전적 변이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성과가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 연구팀은 건강한 장 조직과 질병에 걸린 장 조직의 세포를 비교했다. 장 염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 세포 유형을 밝히고,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과 연관이 있는 세포들을 밝혀냈다. 질병 치료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인간 골격 발달과 관련된 인류 첫 세포 지도도 그렸다. 골격이 형성되는데 있어 세포가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 관절염의 원인이 되는 세포도 찾아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태반 세포지도를 그렸다. 태반이 어떻게 발달하고 배아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지 세포 수준에서 이를 알아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 연구팀은 뇌 발달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뇌 오가노이드 세포 지도를 개발했다.

HCA 컨소시엄은 미국 브로드연구소와 하버드대, 영국 케임브릿지대 생어연구소와 웰컴트러스트 재단의 주도로 시작됐다. 컨소시엄 참여 연구자인 김정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모든 세포를 다 찾아보자라는 취지로 컨소시엄이 시작됐다”며 “세포의 숫자와 종류, 역할 등이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포의 종류와 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주로 세포들의 집합체인 조직과 장기 수준에서 진행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에는 현미경으로 조직과 장기 속 세포 하나를 보는 수준이었다”며 “2010년대 들어 세포 안 분자들을 형광물질로 염색해 세포가 있다 혹은 없다, 많다 혹은 적다 수준까지 분석이 가능해졌으나 세포 속 단백질 발현에 따라 어떤 특성을 가지게 되는지 등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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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포 지도 프로젝트로 처음 공개된 사람의 소장 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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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포 지도 초안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생명과학 기술의 진전 덕분이다. 단일세포 리보핵산(RNA) 시퀀싱 기술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세포에서 많은 양의 유전자를 뽑아내 분석하는 기존 기술과 달리 세포 하나에서 수천 개의 유전자를 뽑아낼 수 있는 이 기술로 그 세포가 어떤 기능을 갖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공간 전사체 기술’의 등장도 한 몫 했다. 이 기술은 조직에서 단일 혼합체 단위로 분석할 수 있던 RNA의 양상을 보다 실제 조직과 가깝도록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같은 간 세포라 해도 위층과 중간층, 아래층에 따라 세포의 종류나 분포가 다를 수 있다”며 “3차원(3D)적으로 이를 찍어낼 수 있는게 공간 전사체 기술”이라 말했다.

이제는 하나의 세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샅샅이 확인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력이 발전했다. 이를 기반으로 HCA 컨소시엄 참여 과학자들은 역할을 분담해 중추신경계, 면역계, 비뇨기계, 호흡계, 간담췌장계 등의 세포들을 분석했고, 이번에 그 첫번째 버전의 지도를 공개한 것이다.

컨소시엄 창립 공동의장인 세라 테이크만 영국 케임브릿지대 교수는 “인간 세포 지도는 건강한 인체에 대한 포괄적인 참조 지도, 즉 세포 생물학을 위한 ‘구글지도’를 만들어 건강과 질병의 근간이 되는 변화를 감지하고 이해하기 위한 기준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미 건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HCA 컨소시엄은 2단계 지도 작성에도 착수한다. 1억개를 넘어 35조개에 달하는 전체 세포에 대한 지도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 용어설명 : 인간 세포 지도(HCA·Human Cell Atlas)

▷▷ 세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 구성의 기본 단위다. 성장과 발달, 노화, 질병 등을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과학자들은 약 35조개에 이르는 세포의 종류와 위치, 상태, 분화 등의 정보를 규명하려고 연구중인데,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집대성한 인간세포지도의 초안이 완성됐다. 아틀라스(atlas)한 지도책을 일컫는 말로 그리스 신화의 인물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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