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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자본주의 이행' 고민한 'DJ의 친구'…나종일 교수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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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유족 제공]


했다. 은퇴한 교수가 바로 DJ의 고교(목포상고) 친구였기 때문이다.

'중세에서 근대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연구하는 서양 근대사 분야의 개척자인 나종일(羅鍾一)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가 21일 오전 9시3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8세.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목포상고,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남대 문리대 조교수를 거쳐 1992년까지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영국사와 근대 자본주의 이행 등을 강의했다. 1982∼1984년 한국서양사학회장, 1991년 초대 영국사연구회(1996년부터 영국사학회)장을 역임했다.

고인의 연구 분야는 초기 자본주의 형성사였다. 영국 농민들이 농지에서 쫓겨나 노동자가 되는 '인클로저 운동' 연구 결과를 저서 '영국 근대사 연구'(1988), '세계사를 보는 시각과 방법'(1992), '영국의 역사'(2005) 등에 담았고, E.P. 톰슨(1924∼1993)의 명저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창비·2000)과 이매뉴얼 월러스틴(1930∼2019)의 '역사적 자본주의/자본주의 문명'(창비·1993), '근대세계체제'(까치·1999) 등을 번역했다.

고인이 번역한 '근대세계체제' 등이 출판된 것을 계기로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제자인 성백용 한남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서양 근대사 연구를 개척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말년인 2012년에 펴낸 책은 1천576쪽에 이르는 번역서 '자유와 평등의 인권선언 문서집'(한울)이었다. 성 교수는 "서양 근대사에 대한 관심에서 13세기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로부터 2000년에 공표된 유엔 '새천년선언'까지 8세기에 걸쳐 서양에서 나온 인권 관련 문서를 집대성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DJ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학문 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DJ와) 처음 만난 것은 (5년제 고교의) 3학년 때입니다. 그는 1∼2학년 때 취업반에 있다가 3학년 때 진학반으로 옮기면서 저와 졸업할 때까지 (3년간) 계속 같이 공부했습니다"라고 회상한 적이 있다.

고인의 한 제자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추천받았는데도 거절하고 학문 연구에 몰두할 만큼 학문 외에 다른 쪽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았고, 본인에게 혹독한 분이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자는 "한국 서양사학계를 넘어 사학계 전체에서도 거목인 학자"라며 "외부 활동을 거의 안 하고 대중서를 안 썼지만 학문의 깊이와 폭은 '태두'(泰斗·어떤 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사람)라는 평이 아깝지 않은 분"이라고 했다.

유족은 이복희씨와 3남1녀(나현수·나경수·나정아<딸>·나명수), 사위 문환주씨, 며느리 이정자·이경혜·박경욱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 23일 오전 5시, 장지 나주 선영. ☎ 02-3010-2000

chungwon@yna.co.kr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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