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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ICC ‘네타냐후 체포영장 발부’에 갈라진 세계···미국 “거부” 유럽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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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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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형사재판소(ICC)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각종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21일(현지시간)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세계 각국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ICC의 영장 발부를 강하게 비판한 반면, 유럽 국가 상당수는 ICC 결정을 존중하며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ICC에 관한 로마 규정’에 서명한 124개 당사국들의 법적 의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며 ICC 당사국이 아닌 미국은 ICC의 체포영장 발부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성명을 내고 ICC 결정을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전혀 동등하게 볼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언제나 함께해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위협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전날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표결에 부친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에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무산시켰다. 미국이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무산시킨 것은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네 번째였다.

반면 대체로 이스라엘을 지지해왔던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ICC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라며 “EU의 모든 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모든 당사국은 법원 결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0년 EU에서 탈퇴한 영국도 ICC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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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자 주민들이 급히 몸을 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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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럽 국가들은 당사국으로서 ICC 체포영장 집행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 등이 이탈리아에 입국할 경우) 우리는 그들을 체포해야만 한다”면서 “이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말했다.

카스파르 펠드캄프 네덜란드 외교장관 역시 체포영장 집행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도 야당 시절인 지난 5월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네타냐후 총리가 영국에 입국하면 영국이 그를 체포할 법적 의무를 진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사이먼 해리스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ICC 결정이 “매우 의미있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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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피란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7세, 5세, 4세 남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개전 이후 4만4000명을 넘어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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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스라엘을 집단학살(제노사이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반인륜 범죄와 전쟁 범죄에 대해 정의를 구현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튀르키예, 요르단 등 국가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모두가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ICC의 규정과 판결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로마규정 당사국 가운데 극우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헝가리는 ICC 결정을 비판했다.

역시 로마규정 당사국인 프랑스는 입장을 유보했다.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프랑스에 입국할 경우 체포할 것이냐는 질문에 “법적으로 복잡한 쟁점이어서, 오늘 논평하지는 않겠다”며 입장 표명을 피했다.

상당수 로마규정 당사국들이 네타냐후 총리나 갈란트 전 장관이 자국에 입국할 경우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이 법적 의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나, 실제 집행에 나설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1998년 채택된 후 2002년 발효된 로마규정은 ICC 설립의 법적 근거가 된 국제 조약으로, 한국을 포함해 124개국이 당사국으로 가입돼 있다.

ICC 설립 당시 상당수 국가가 가입했으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2002년에, 수단은 2008년에, 러시아는 2016년에 탈퇴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2000년 로마 규정에 서명했으나 계속 의회 비준을 미뤄오다가 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지난 8월 이를 비준해 당사국이 됐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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