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 2월 한국외대 영문학 박사과정 수료
“나이는 상관없어, 죽을 때까지 공부할 것”
2023년 9월 7일 서울 마포구 신촌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권노갑 전 의원이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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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 될때까지, 죽을 때까지 공부할래요. 공부는 끝이 아니요, 계속이요”
동교동계 맏형이자 야권의 대표적 원로인 권노갑(94) 김대중재단 이사장이 한국외대 영문학 박사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다. 권 이사장이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를 받으면 ‘국내 최고령 박사’로 기록된다. 권 이사장은 22일 본지 통화에서 “삶은 끊임없는 도전과 배움의 연속이다. 나이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라며 “시대와 기술은 배우고 활용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그는 81세였던 2011년 한국외대 대학원 영문학과 석사과정을 시작해 2년 만인 2013년에 ‘존 F. 케네디의 연설문에 나타난 정치 사상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국내 최고령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93세 나이로 ‘국내 최고령 박사’ 도전에 나섰고, 현재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권 이사장은 이번 박사과정을 하며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배우기 시작했다. 챗GPT를 쓰기 위해 화면이 큰 폴드 타입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하고, 월 2만9000원의 유료 버전을 구독했다. 처음 챗 GPT를 쓸 때 “여보슈, 나 권노갑입니다”라고 해 주변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했다고 한다. 권 이사장은 “원래는 직접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 번역을 했는데, 지금은 챗 GPT에 영시나 영소설을 넣고 ‘번역해줘’라고 한다”며 “해석이 가끔 틀린 게 있긴 한데 90%는 다 맞더라”라고 했다.
그는 “영시에 나오는 단어도 비유적 표현이라 애매하게 해석이 될 수 있는데, 챗 GPT가 우리 말로 다 풀어서 설명해준다”며 “단어 뜻 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본질적 의미, 에센스(essence)를 이야기 해준다. 나로서는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한 단계 한 단계 배우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기술이 발달한 줄 몰랐다. 아주 백과사전 이상”이라고 했다. 권 이사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이 미래를 열어가는 첫걸음”이라며 “챗GPT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나의 학습과 연구를 지원하는 동반자 같다”고 했다.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고(故) 김대중 대통령 사저 인근 도로에서 열린 명예도로 '김대중길' 명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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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넘은 나이에 ‘백돌이’를 탈출한 골프 실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지난 19일 경기 안양 모처에서 지인들과 골프 라운딩을 했는데, 버디 3개로 83타를 쳤다고 한다. 동반자들 가운데 가장 고령이었는데 1등을 했다. 그는 “전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었는데, 다들 놀랐다”며 “내가 이렇게 잘 칠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고 했다. 이어 “골프는 허리다. 허리를 돌려야만 장타가 나오는데, 어릴 때 권투를 해 몸이 유연해서 허리가 막 돈다”며 “최근 홀인원을 할 뻔한 적도 여러번”이라고 했다. 권 이사장은 최근 JTBC 골프대회에 출전해 200m 드라이버 샷을 선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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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이사장은 올해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내년 논문 준비에 들어간다. 그는 “김대중의 철학과 사상, 5년 간의 업적을 일종의 문학처럼 쓰려고 한다”고 했다. 13·14·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권 이사장은 현재 민주당 상임고문,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사업회 명예이사장, 민주화추진협의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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