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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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국회 심의에 집중하겠다며 거리를 뒀다. 전문가들은 정책 기조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짠물 예산’으로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증액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추경 편성 검토에 대해 “필요성이 제기되면 관련 작업에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는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당장 추경 편성 작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실이 갑자기 추경 카드를 꺼낸 데는 예상보다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은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췄다.
실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수출도 ‘트럼프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내년에도 ‘짠물 예산’ 편성 기조를 이어가면서 재정의 손발은 묶인 상태다.
이에 따라 추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국정 기조로 제시한 소득·교육 양극화 타개 관련 사업 등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건전 재정을 앞세운 만큼 지난 2022년 5월 한 차례 추경을 편성한 뒤로 2년 6개월간 한 번도 추경을 편성한 적이 없다. 첫 추경도 사실상 대선 공약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 손실 보상’ 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원포인트’ 추경이었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가 우선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추경 편성은 내년도 예산안을 바꾸는 것인 만큼 본예산이 통과돼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연초에 추경을 편성하면 본 예산을 부실하게 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빨리 추경 편성이 확정된 사례는 2022년 2월 말로, 당시에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이례적인 상황 때문에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내년 예산안을 증액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동의가 있으면 국회에서도 내년 예산안을 증액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당장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서 심의하는 중인 만큼 민생을 위해 필요한 사업 예산은 현 단계에서 증액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실제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은 3.2%로, 총수입 증가율(6.5%)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4.5%)도 밑돈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만큼 예산 지출을 늘려야 함에도 ‘짠물 예산’ 편성 기조를 이어간 셈이다. 당시, 정부는 내년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준수하는 원년으로 삼기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3% 초반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본예산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 편성을 논의하는 것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며 “짠물 예산을 편성해놓고, 추경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만큼 본 예산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추경 편성에 나서면 적자 국채 발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하면서 세계 잉여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들의 실적 회복이 지연되면서 내년 세수 여건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세수 기반은 더욱 악화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가 378조5000억원으로 정부 전망치(382조4000억원)보다 3조9000억원 적게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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