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22일 국회에서 채해병 순직 국회 국정조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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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22일 채 상병 순직사건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여야에는 오는 27일까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은 오는 12월10일 정기국회 종료 전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할 방침이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 안에 채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라며 “27일까지 여야에 위원 선임을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국회가 세 차례 특검법안을 의결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실현되지 않아,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회의장의 판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의장은 “국가가 나서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는 것은 지체할 이유가 없는 마땅한 책무이자, 고인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그런데 이 당연한 책무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 변명의 여지 없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라며 “국민의 절대다수가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방해와 외압,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국정조사권은 헌법적 가치와 국민 뜻에 따라 엄격하게 행사돼야 한다. 국민 요구와 동의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아직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야 합의의 목적, 국정조사의 선결조건인 국민의 요구와 동의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여야 의견차로 진척이 없었던 채 상병 국정조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우 의장은 여야에 공문을 보내 채 상병 사건 국정조사와 관련한 각 당의 입장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중재를 시도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찬성 답변을 보냈지만,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21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결심 공판에 앞서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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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국정조사 특위 위원 명단을 이미 정리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회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찬성 입장이고, 국민의힘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빠르게 결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밑) 협의는 하는데 여당에서 요지부동”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쟁만을 양산하는 국정조사는 사양하겠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우 의장의 회견 이후 논평을 내고 “우 의장이 국정조사 강행을 선언한 것은 의장의 중립 의무를 스스로 저버린 행위”라며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고를 앞두고 이런 움직임이 나온다는 점에서 국민은 이 사안을 순수한 진상규명 의지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고 더 나올 것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공수처에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이며 지난 7월 경찰 수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가 특정 사안에 관해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 특위는 교섭단체 의원 수 비율에 따라 구성하며, 조사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교섭단체의 의원은 제외할 수 있다. 현재 의석수 우위를 점한 야당 단독으로도 국정조사 특위를 꾸릴 수 있는 기반은 형성돼 있다.
국정조사는 특위가 구성되고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가 처리돼야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참여를 거부하면 민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가 개문발차할 가능성이 크다. 우 의장은 “여도, 야도 아니라고 해서 그 중간에 서서 합의가 안 되면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의장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국정조사 요구서 처리 의지를 피력했다. 박태서 의장실 공보수석비서관도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10일까지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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