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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리더의 소통] 박찬호와 이태일이 야구에서 배운 인생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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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찬호는 1994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LA 다저스·뉴욕 양키스 등 명문 구단을 두루 거치며 통산 124승을 달성했다. 아시아 출신 투수 중 최고 기록으로 골프의 박세리, 축구의 박지성과 함께 '3박' 시대의 개척자다. 한 이닝에서 한 타자에게 만루홈런을 두 번이나 맞아 '한만두', 너무 길게 말한다고 '투머치토커'라는 장난기 어린 별명도 얻었지만 그만큼 남이 겪지 못한 진정한 레전드라는 뜻도 된다.

이태일이 걸어온 길도 남다르다. 대학 졸업 직후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원으로 야구와 인연을 맺은 뒤 '주간야구'라는 전문지에 글을 쓰다가 중앙 언론사에서 필명을 떨쳤다. LA 다저스 인턴십으로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배우고 네이버 스포츠실장으로 옮겼다가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탄생했을 때 초대 사장으로 7년간 야구단을 이끌었다.

이렇듯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두 사람이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B2: 베터앤베터'라는 책을 함께 썼다. 어떤 인연일까? 박찬호의 공주고 학생 시절인 1991년 미국에서 청소년대표 경기를 끝내고 귀국했지만 서울까지 가족이 올 수가 없어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라는 젊은 야구기자의 호의가 33년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언론과 그리 호의적으로 지내지 못했다는 박찬호가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 배우고 의지하며 성장할 수 있던 계기였다.

그런 인연 때문일까. 두 사람은 스포츠 생태계에서 '함께'의 가치를 배웠다고 말한다. "야구란 '나'로 출발해 '우리'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혼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럿이 모여 서로 존중하고 함께 위대해지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 넷플릭스의 '경기의 규칙, 인생의 규칙(A Coach's rules for Life)'에서 토트넘 시절 손흥민을 지도한 조제 모리뉴 감독은 축구 감독이란 업(業)의 정의를 분명히 말했다. "호날두로 하여금 프리킥하는 법을 가르칠 수는 없다. 이브라히모비치가 가슴으로 공을 다루는 법, 드로그바가 침투해 골을 어떻게 넣을 것인가를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스타플레이어가 팀 안에서 축구하는 법을 가르쳐주면 되는 것이다."

소통이란 관점에서 두 사람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미국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통역만 믿고 다른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는 것이다. 통역하는 사람을 거쳐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메시지 전달일 뿐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박찬호의 이 말은 단순히 영어 배우기를 넘어 팀에 녹아들기 위한 노력이다. 최근 토트넘 입단이 확정된 양민혁에게 우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손흥민의 당부도 비슷하다.

언론·경영 등 다양한 관점에서 야구를 경험한 야구단 사장 이태일의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야구인, 선수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이 쓰는 언어로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열리고 귀가 열리고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파견한 일부 경영자나 관리자들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씁니다. 현장과 소통이 어려운 이유지요." 목수와 일하려면 목수의 언어로 말하라던 피터 드러커의 말이 떠오른다.

LA 다저스 토미 라소다 전 감독도 인상적이다. 아직 영어에 서툰 박찬호를 통역도 없이 지인들 파티에 데리고 다녔는데 미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대화 주제가 다양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친밀감이 쌓이고 무겁거나 전문적인 대화도 편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리더는 '말하지 말고, (상대에게) 말하게 하라'는 것! 반면 국내의 많은 지도자들은 선수들에게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존재,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일방적인 전달에 그칠 때가 많다. "그건 소통이 아니다. 못하면 눈치를 주고, 잘하면 칭찬을 한번 해주는 방식은 코칭도 매니징도 아니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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