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선물시장에서 일본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베팅이 지난 8월 초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났을 때 이후 최대 규모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다음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어 지난 8월5일 글로벌 증시를 급락시켰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화 선물 계약 추이/그래픽=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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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주식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금리가 올라가거나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빌린 엔화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청산된다. 이 때 빌린 엔화로 투자했던 주식 등이 대거 매도되며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찰스 슈왑의 수석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제프리 클라인톱은 21일(현지시간)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트레이더들이 일본은행(BOJ)의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다시 한번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며 "BOJ가 다음달 금리를 올린다면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지난 8월과 같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팩트셋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 엔화와 연계된 순 숏(하락 베팅) 선물 계약은 지난 8월 이후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선물 트레이더들이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한 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꾸준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하락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재정적자를 늘려 국채 공급을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 추이/그래픽=이지혜 |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DXY)는 이날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지난 11월5일 미국 대선 이전부터 나타난 '트럼프 트레이드'의 하나다.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한 선물 숏 포지션은 지난 7월 초에 기록했던 정점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갑자기 급등하면 주식시장에 매도세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에서 지난 8월5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서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한 선물 계약의 역할이 컸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선물환이나 스왑거래 같은 다른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이 엔화 가치에 대한 하락 베팅을 더 크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5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증시 급락은 직전주에 BOJ가 금리를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올린데다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로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엔화 가치가 오르며 촉발됐다.
BOJ는 오는 12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또 한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 18일 나고야에서 열린 비즈니스 리더 간담회에서 단계적 금리 인상이 "물가 안정 목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해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경제와 물가, 금융 상황에 달렸다"며 "매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활용 가능한 데이터와 정보, 경제 및 물가에 대한 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정책 판단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OJ는 지난 3월에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만에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데 이어 7월에는 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하지만 지난 8월5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증시 급락을 겪은 뒤 9월과 10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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