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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보고도 못 믿겠다” 이마가 퉁퉁…끔찍한 11월 모기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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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에도 모기에 물린 아이의 모습.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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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보고도 못 믿겠어요.”

A 씨는 지난밤, 자다가 “웽” 소리에 깼다. 분명 모기 소리 같은데, 지금은 11월. 그것도 12월을 목전에 둔 11월 말이다. 그는 “설마 하고 불을 켜보니 방 안에 모기가 3마리나 있더라”며 “전자 모기채로 다 잡고서도 믿기지 않아 사진까지 찍었다”고 전했다.

B씨는 12층 아파트에 산다. 그는 “요즘 모기와의 전쟁”이라고 토로했다. 저층도 아닌, 고층까지 모기가 출몰한 것도 모자라, 어린 자녀가 이마에 7~8곳이나 모기를 물렸다. 퉁퉁 부은 이마에 그저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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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까지도 기승을 부리는 모기.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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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하순. 모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릴 것이라 믿기 힘든 계절이다. 그런데, 요즘 모기 때문에 난리다. A, B씨만 유별난 게 아니다. 실제 올해 11월 모기지수는 평년의 3배가량 수준이다. 작년보다도 2배 이상 높다.

모기가 가을, 심지어 초겨울까지도 기승을 부리는 건 결국 기후변화 여파다. 이상고온 여파로 계절을 무시한 모기의 출몰이다.

1월 개나리, 3월 벚꽃도 충격이지만, 각종 전염병 매개체인 모기의 생존 기간이 길어진다는 건 더 심각한 징후다.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동남아 지역의 전염병이 국내에 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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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의 모기지수(1주일간 유문 등에 채집된 모기의 평균수, 개체수/트랩/일)는 6.1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시기 2.8보다 2배를 웃돈다. 평년수치(2.3)과는 더 격차가 크다.

다시 말해, 작년에도 11월에 평년을 웃돈 모기가 출몰했고, 올해엔 작년보다 훨씬 더 급증했다는 의미다.

이미 조짐은 있었다. 10월에도 모기는 작년이나 평년보다 크게 많았다. 10월 동안 모기지수는 6~10을 기록, 작년(2~4)이나 평년(2~5)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여파가 이젠 11월까지 이어진 셈이다.

최근 진행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매년 느꼈던 ‘한파’ 대신 ‘수능모기’ 때문에 고생했다는 경험담까지 나오고 있다.

11월까지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건 기후변화 여파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모기는 13도 이하일 땐 활동이 줄어들고 흡혈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늦가을까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모기의 활동 시기가 늘었다.

여기에 가을비로 물웅덩이 등 유충 서식 환경이 조성되면서 늦은 111월까지 모기가 기승을 부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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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피스킨이 발생한 농가에서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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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파로 지방자치단체들도 요즘 때아닌 11월 모기 방역에 나서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모기 유충 활동 시기가 변하면서 정화조나 하수구, 물웅덩이 등 모기 유충 주요 서식지에 집중 방역을 진행 중이다.

모기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축전염병도 비상이다. 최근 가축 1급 전염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확산세다. 럼피스킨병은 주로 소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피부에 결절이 생기고 심하면 죽게 된다.

럼피스킨병을 옮기는 주요 매개체가 바로 모기, 진드기 등 흡혈곤충이다. 올해 8월에 처음 발병했지만 11월까지도 여전히 확산세다.

이상기온으로 모기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 국내에서도 각종 전염병이 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쯔쯔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말라리아 등의 감염병 평균 발생이 4.2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평균 기온이나 최고기온이 1도 상승하면, 일주일 후 모기 성체 개체수가 27% 증가할 수 있다. 모기가 증가하면 환자 발생 증가 우려가 큰 감염병은 말라리아나 일본뇌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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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새롭게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감염병도 있다. 지카, 뎅기열, 황열, 웨스트나일열, 치쿤구니야열, 열대열 말라리아 등이 있다. 주로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전염병들이지만, 한국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경고다.

예를 들어, 뎅기열은 1월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지역이 발생 위험지역이다. 현재 국내에선 이 같은 지역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기온상승이 이어지면 뎅기열 바이러스의 주 매개 모기인 이집트숲모기의 서식 조건이 형성될 수 있고, 그에 따라 국내에서도 뎅기열 전파가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최근 연구 결과에선 부산이나 울산, 무안, 제주도 등이 뎅기 바이러스의 고위험 지역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인간을 향한 기후변화의 역습은 이제 턱밑까지 왔다. 겨울 모기는 하나의 신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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