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소액주주 권리 확대를 골자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가 공개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당대표가 "상법 개정과 관련된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2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제가 직접 토론에 참여하고, 정책위의장 등을 포함한 양측의 입장을 취합해 보고 민주당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2015년의 삼성물산 합병, 2021년의 LG화학 물적분할, 2024년 SK이노베이션 합병, 그리고 두산밥캣 포괄적 주식교환,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소액주주들의 실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우량주인 줄 알고 샀는데, 이런 여러 가지 '기술 발휘'를 통해서 갑자기 우량주가 불량주로 전락하니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배경영권 남용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여론도 분명히 있다"며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다툴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서 과연 누구 주장이 옳은지, 또는 쌍방의 주장을 통합해서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방법은 없는지를 토론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소액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방법을 두고 어떤 길로 가야 될지 이론이 있을 뿐"이라며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고,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보니까, 기업계에서도, 투자자 측에서도 신속하게 공개토론에 응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주식시장 선진화와 투명성 강화, 주주 권리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으며, 직무수행 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하지만 대기업 사장단 등 재계는 "기업 죽이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업의 구조를 개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핵심 사유가 바로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와 의사결정구조인 만큼, 차제에 이 문제를 손봐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의장은 "(민주당 금투세 토론회 당시) 금투세를 시행해야 된다고 하는 찬성론이나 아직 시기상조다라고 얘기했던 반대론이나 모두 다 상법 개정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해서는 다 공감했다"며 "그런 금투세 논의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상법 개정 문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금투세 때와는 달리, 상법 개정안 문제에 있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대체로 감지된다. 다만 가상자산 과세 문제에 있어서는 이 대표가 현실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금투세 폐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비공개 당 지도부 회의에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코인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가상자산 과세는 두 차례 유예 끝에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진성준 의장은 이날 "금투세와 코인 과세가 같지 않다"며 "가상자산, 코인의 경우는 실물경제와 관련이 없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도 예측가능성을 위해서도 이제는 시행할 때가 되었다"며 가상자산 과세 시행에 힘을 실었다.

이어 "다만 그 때문에 과세가 부담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소득공제의 한도를 현재 250만 원으로 돼 있는 것을 5000만 원까지 대폭 상향해서 과세 대상을 확 줄이고 과세부담을 줄이겠다라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금투세 폐지 문제에 있어서도 진 의장과 기재위원 더수는 반대 입장이었음에도 결국 이 대표의 의중대로 '폐지' 당론이 정해졌다.

진 의장은 이와 관련,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 투자소득세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것이 지난 총선 공약이었다.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기에 함부로 뒤집을 수 없는 당론과 같은 것"이라며 "관련해서 당 지도부에서, 논의라기보다 '과세가 기술실무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문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국내 코인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내역이나 소득이 파악 가능하므로 기술적 문제는없다', '해외거래소 거래는 OECD 결정에 따라 2027년부터 과세 가능하다'고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확대간부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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