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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진절머리 났었는데…보험사들이 찾은 새 오아시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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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수익원 발굴 장려위해
이르면 내년 1월 발표할 듯

해외선 車보험 데이터 사업
부동산·의료분야까지 진출
상조업계선 벌써부터 반발


매일경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보험사가 보험과 직접 관련이 없는 업종에 진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현재 유관업종 자회사만 설립할 수 있다보니 신규사업 발굴이 어렵다며 타업종 진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22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회사 업종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미래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회사 업종 제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업종 제한은 지난 5월 출범한 보험개혁회의에서 다루고 있다. 보험개혁회의 논의 내용과 업계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빠르면 내년 1월 중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은행과 보험사들이 부동산 임대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부동산 임대업 외에 다른 사업으로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사가 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업종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험업법과 시행령 등을 통해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사업, 신고 또는 보고가 필요한 사업 등으로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신용정보업 및 채권추심업, 외국에서 하는 사업, 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은 승인 대상이다. 보험사의 사옥 관리, 손해사정, 보험대리는 신고가 필요하다. 보고 대상에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및 벤처투자조합의 업무, 부동산투자회사 업무 등이 들어가 있다. 이들 업종은 모두 보험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들로, 모두 합해 30개를 넘지 않는다.

업종 제한 완화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경직적인 자회사 설립 제한을 계속해서는 수익원 발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사들의 경쟁적인 신규계약유치와 이로인한 뻥튀기 실적이 논란이 되면서 당국은 회계기준 변경 등 대책을 발표했다. 보험업계에선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지 않는 한 무리한 경쟁만 반복될 것으로 우려해왔다.

고은경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근본적으로는 보험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포트폴리오를 이익이 나오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선 허용 가능한 범위를 명시하는 현행 포지티브(positive) 방식에서 벗어나, 금지업종을 제하곤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관계자는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자회사 업무 범위의 보험업 관련성 요건을 삭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업종 제한이 대폭 풀린다면 보험사가 자동차세 납부, 수입·지출 내역 분석을 통한 자산 관리, 반려동물 건강정보 상담과 같은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보험사의 비(非)금융업무가 활발하다. 미국 보험사 올스테이트는 모빌리티 기술 자회사를 설립해 운전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간·공공부문에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보험사 애니콤의 경우 반려동물 헬스케어·푸드와 부동산, 의료 분야까지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도 보험사의 신사업 진출을 장려하는 추세다.

업종 제한을 풀기 위해선 보험업법이나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법 개정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업계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조업계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은 보험사들이 기존 자료와 노하우를 가지고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라며 “대형 보험사가 사업에 뛰어들경우 영세한 상조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용 업종을 정하는 과정에서 업계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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