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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주간政談<상>] 2주 넘긴 게시판 논란…'고구마' 된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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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동연, 함께 민생 행보
최민희 "비명계 죽인다"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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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본인과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올라왔다는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내 갈등은 증폭되는 모양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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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격언이 있다. 세 치 혀를 함부로 놀리지 말고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진리이지 않을까. 특히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는 말할 것도 없다. 너무 솔직한, 날 것 그대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말은 논란을 낳는다. 최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기자회견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엇에 대한 사과인가'라고 질문한 기자를 향해 "무례하다"고 발언해 논란에 휩싸였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비명(非이재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는다.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역설적으로 너무 말을 삼가도 문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 작성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원론적인 수준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루빨리 의혹을 털어내는 것이 상식인데도 한 대표는 자꾸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당원 게시판'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편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비명계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함께 민생 행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1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는 사도광산 '부실 추도식'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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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자중지란 빠질 일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대표로서 잘 판단해서 대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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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동훈'에 불쾌한 한동훈…해명 요구엔 침묵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야?

-국민의힘은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2주 넘게 혼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수백 건의 글이 당원게시판에 올라왔다는 게 의혹의 핵심인데, 한 대표는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할 뿐이야. 정작 본질적인 물음엔 답하지 않고 있어. '가족 이름이 도용됐는지', '가족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고 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 등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대표는 "당원 신분은 법적으로도 그렇고 당의로서도 의무가 있다"며 "위법과 같은 부분이 아닌 문제제기에 대해선 제가 건건이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어.

-여권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여?

-친한(친한동훈)계는 원칙과 위법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 당헌당규에 따르면 일반 당원은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거야. 또 설령 한 대표의 가족들이 당원게시판에 익명으로 그런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거야. 한 친한계 의원은 <더팩트>에 "가족이 그랬다고 하더라도 당이 그들을 검열하거나 찾아내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황과 항의가 있다고 해서 법과 원칙을 어기면 되겠나"라고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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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팎에서 주목하는 '당원게시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논란을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 간 갈등 양상을 보인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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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친윤계는 위법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야.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해당 논란에 대한 한 대표의 직접 해명과 진상조사를 위한 당무감사가 필요하다는 거야. 김재원 최고위원은 22일 YTN라디오에서 "이 문제는 해결해야 될 문제이고 끝까지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이 글을 누가 작성했는지를 밝혀달라는 취지"라고 했어.

-한 대표가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다소 답답한(?) 태도를 일관하면서 일각에선 난처한 한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어. 지난 19일 한 대표가 국회의원회관에서 백브리핑을 위해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갑자기 뛰며 자리를 떴어. 한 대표 측 관계자와 기자들이 같이 뛰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면서 '런동훈'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어.

-한 대표는 "제가 얼마 전 다른 민생 관련 질문을 받으면서 지나간 것을 갖고 회피하는 것처럼 돌리고 하는데"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어. 어떤 이유에서든 한 대표가 논란 돌파에 나서지 않는 것을 두고 한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갖고 있는 정치 자본, 즉 '도덕적·윤리적으로 깨끗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떤 형태로든 논란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팔짱 끼고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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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비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와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이 대표와 김 지사의 모습. /신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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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같이 간 이재명-김동연...아직은 서먹한 사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실형 선고 이후 정치권에서는 '이재명의 대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야권 잠룡'으로 거론돼. 이런 가운데 두 사람이 만났다고?

-맞아.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시장에서였어.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소상공인 간담회'가 열렸거든. 이 대표는 자신의 정책이기도 한 지역화폐 사업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 지사도 이에 공감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지.

-김 지사가 이 대표의 대안으로 거론되면서 분위기가 좀 어색할 것 같은데. 당 일각에서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이겠다"는 섬뜩한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잖아.

-그래서일까. 이날 만남은 이 대표 측에서 김 지사 측에 요청해서 이뤄졌다고 해. 아마도 '단일 대오'를 보여주려고 한 것 아닐까. 실제 이 대표는 지난 16일 장외집회에서 "우리는 뜻을 함께하는 동지"라며 "부족함이 있어도, 불만이 있어도 그 작은 차이를 넘어서 더 큰 적을 향해 함께 손잡고 싸워나가야 하지 않느냐"고 일치단결을 당부했어.

-김 지사는 간담회 뒤 열린 오찬에 불참했어. 예정된 일정을 이유로 들었어. 다만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유감을 표했던 김 지사는 18일 '이재명 대안론'에 대해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의 행보를 계속 예의주시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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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류 세력인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의 최근 "비명(非이재명)계가 움직이면 당원들과 함께 제가 죽일 것"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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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무서워 말 안 할래"…'비명계 죽인다' 발언 논란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뉴진스 하니 사진 촬영에 이어 또다시 화제가 됐던데. 무슨 일이야?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집회에 최 의원이 참석했거든. 최 의원이 '오마이TV' 현장 인터뷰에서 "이미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했다).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했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집행유예 선고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이었거든. 다수의 언론이 이 대표에게 리더십 위기가 찾아왔다거나 민주당이 다른 대권 주자를 대안으로 찾아 나설 수 있다고 보도하던 시점이었지. 비명계 전직 의원들이 세력화를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었고. 최 의원은 대표의 위기론을 키우는 사람들을 직격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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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의원이 지난 16일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집회 현장에서 '오마이TV'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오마이TV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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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이 상당히 센 편인데. 당내에서 논란은 없었어?

-물론 있었지.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이 나왔고, 민주당 내에서도 괜한 말을 했다는 반응이 많더라고. 다만 민주당은 최 의원의 발언이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긋더라. 황정아 대변인은 "의원들의 개인적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 소신대로 발언할 수 있다. 강경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고, 온건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다"라고 말했지.

-최 의원은 결국 사과했어. 논란 사흘 만인 19일 SNS에 "발언이 너무 셌다는 거 인정한다. 민주당이 똘똘 뭉쳐 정치검찰과 맞서고, 정적 죽이기에 고통받는 당대표를 지켜내리라 믿는다"라며 협박(?) 논란을 일단락했어. 현장 인터뷰 특성상 발언이 좀 강해질 수도 있지만 과격했던 것 같아. 한 의원은 <더팩트>에 "누가 죽인다고 해서 무서워서 말하기 어렵다"고 웃으며 난처한 입장을 전하기도 하더라고.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하>편에서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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