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기다리는 사이
스테파니 푸 지음|송섬별 옮김|곰출판|528쪽|2만6800원
‘영혼 살인’이라고도 불리는 아동 학대 피해자의 회고록이다.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중국계 말레이인으로 자란 저자는 매일 부모의 구타를 겪었고, 홀로 집에 방치됐다. 저자의 이 같은 고백은 울분을 드러내기보다는 치열한 치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는 스스로 학대 경험을 극복했다고 느낀 순간 ‘복합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명문대를 2년 반 만에 우등 졸업하고, 유명 팟캐스트 PD로 승승장구하던 때였다.
이후 회사까지 그만두며 내면 치료에 몰두한 저자는 이런 결론을 얻는다. “내 피에 고인 폭력을 모두 빼낼 수는 없다”. 책의 원제 ‘What My Bones Know’(내 뼈가 아는 것)처럼, 학대 경험이 뼈에 새겨진 흔적 같아 지우기 어렵단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트라우마를 ‘괴물’이라 칭하며 “괴물을 기다리는 사이, 춤을 춘다”고 말한다. 그 괴물의 주인이 사실은 자신이기에 매번 다른 방식으로 잠재울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계속 살아간다 말한다. 자신의 내면 속 괴물의 기원을 ‘소수 인종이 다수가 되는 아시안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부모 세대가 겪은 폭력적 경험’의 대물림으로 본 저자의 가설도 흥미롭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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