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클린타투의원 박재웅 원장
/전기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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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들은 팔다리처럼 눈에 잘 띄는 곳에 이른바 ‘조폭 문신’을 새긴다. 세 보이고 싶어서, 주변 형들 따라서 한다. 문제는 나중에 마음잡고 취업할 때다. 보호막 같던 문신이 족쇄가 되어 사회에 나가려는 아이들 발목을 잡는다. 서울 강남구 클린타투의원 박재웅(55) 원장은 2010년부터 청소년 문신을 무료로 제거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60여 명이 576회 문신 제거 시술을 받고 새 삶을 시작했다. 그는 가출 청소년들의 고민 해결에 앞장 선 공로로 최근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 11일 만난 박 원장은 “상을 받아도 되는 건지 참 민망했다”며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게 100배는 더 많다”고 했다.
박 원장이 처음부터 청소년을 위한다는 거창한 목표로 병원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2008년 홍대 근처에 문신 제거 전문 병원을 차렸는데, 당시만 해도 문신을 지운다는 개념이 낯설어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때 청소년쉼터협의회에서 가출 청소년들의 문신을 지워 달라고 부탁했다. “비싼 레이저 장비들도 아깝고, 손님 없이 노는 것도 지쳐서 얼마든지 와도 좋다고 했지요. 서너 달 아이들 문신을 열심히 지워주고 있으니, 갑자기 방송사들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병원에 일반 환자들이 물 밀듯이 들어왔어요.”
병원을 찾은 청소년들은 보통 목이나 손등같이 잘 보이는 곳에 뱀, 호랑이, 빨간 장미 등 큰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한 아이는 온 몸에 퍼진 문신을 다 지우는 데 6~7년이 걸렸다. 박 원장은 “아이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가정 불화로 집을 나오면서 반항심이나 자기 보호를 위해 문신을 한다”면서 “내가 만난 아이들은 정말 착했다”고 말했다.
문신은 크기·색상 등에 따라 제거 비용이 많게는 몇천만원까지 들지만, 박 원장이 아이들 문신 지워주고 받은 돈은 청소년이동쉼터(동북권) 등에서 매년 보내는 100만 정도가 전부다. 박 원장은 “돈 없어서 끙끙 앓던 아이들이 문신이 사라지니 정말 고마워하더라. 그 모습에 계속 하다 보니 15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찾아와 “취업했어요” “군인 됐어요” “대학 갔어요” 등 소식을 전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 원장은 “이런 보람에 계속 일을 하고 있다. 청소년 문신 지워주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문신 지우는 의사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 거 같다”고 했다.
십수 년간 빨간 레이저 불빛을 뚫어져라 쳐다봤더니 시력이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그는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계속 아이들 문신을 지워주겠다”고 말했다.
[오주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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