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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재정 지출 늘리되 현금은 안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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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임기 후반기 양극화 타개… 새로운 중산층 시대를 열 것”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앞서 안영로, 김삼환 목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과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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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임기 후반기를 맞아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에 동참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조찬 기도회’에서 “민생과 경제의 활력을 반드시 되살려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 일부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가만히 있다면 국가는 발전할 수 없다. 국민 누구 하나 낙오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산층이 튼튼한 마름모꼴 계층 구조를 일궈 국가 통합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어려운 처지의 국민에게 현금만 드린다고 중산층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양극화 타개를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더라도, 현금을 뿌리는 방식은 지양할 것”이라고 했다. 건전 재정 기조가 자리 잡아 가는 상황에서 중산층 확대를 위해 정부 재정을 투입하되 돈을 직접 나눠주는 현금성 복지는 가급적 피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과 함께 오찬을 하고 양극화 해소 방안 의견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자금 조달, 인력 수급, 규제 개선 등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4대 구조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며 “4대 구조 개혁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조속히 완수해야 하는 과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의료 개혁은 연말까지 핵심 과제를 마무리하겠다”며 “임기 내에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 구축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 개혁은 유보(유치원·어린이집) 통합과 늘봄학교를 안착시키고 창의적인 미래 인재를 길러나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노동 개혁으로 기업과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노동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민생과 직결된 연금 개혁도 끝까지 챙기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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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윤석열 대통령이 ‘양극화 타개’와 ‘새로운 중산층 시대’를 임기 후반기 국정 목표로 제시한 것은 양극화 해소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쏟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도 “중간 계층이 탄탄한 ‘마름모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내년 부처별 신년 업무 보고 때 양극화 타개 방안을 적극 제안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국민 생애 주기에 맞춰 교육과 취업, 소득, 자산 형성 측면에서 양극화 완화 정책을 집중 모색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교육 분야와 관련해 유·보(유치원·어린이집) 통합과 늘봄학교 확대 등을 통해 유아기부터 사교육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초등·중학교 단계에선 디지털 교육 등을 활성화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사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기초 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고교 직업교육 강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청년층 노동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일 경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취업 시장이 경력직 위주로 재구성되고 있는 만큼, 취업에 필요한 경력 쌓기를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구직을 단념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정부 역량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산업 구조 조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에 대한 재교육 강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중산층 확대를 위해선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정부는 최근 여야가 합의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더해, 암호 화폐 등 가상 자산에 대한 과세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년들이 국내외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거래소 등에서 자산을 증식할 기회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에선 상속세 추가 완화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성세대의 축적된 자산을 미래 세대로 재분배하고, 이를 투자·소비하게 함으로써 중산층을 늘리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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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조찬 기도회' 참석한 尹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조찬 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에 동참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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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해온 의료·연금·교육·노동 등 4대 개혁 프로그램도 ‘양극화 타개를 통한 중산층 확대’라는 콘셉트에 맞춰 재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존 정책 중에서 중산층 확대라는 목표와 연관성이 높고, 양극화 완화에 영향이 큰 정책들을 추려내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양극화를 유발하는 장애물을 없애려면, 4대 개혁 과제를 좀 더 디테일하게 정책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다만 양극화 타개와 약자에 대한 현금성 복지 강화는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은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계속 추진하지만, 양극화 타개 정책은 국민에게 돈을 직접 주기보다는 계층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이야기다. 대통령실은 각 부처에서 양극화 타개 방안을 모으는 한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자문 기관에도 정책 아이디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다음 달 초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소통하는 행사를 열고 관련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양극화 해소와 내수 진작 등을 위해 내년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추경 편성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오후에 기자들과 만나 “추경에 대해 논의한 바도, 검토한 바도, 결정한 바도 없다”며 “(추경론은) 필요한 경우 재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반론적 언급”이라고 했다. 현재 국회가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상황에서 추경 이슈가 부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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