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이 지난 20일 부산 연제구 집무실에서『의역 난중일기』를 낸 이유 등을 설명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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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이순신을 공부해야 할 이유는 오늘날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종대(76)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때 정치권은 잘못된 행태를 보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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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지낸 법관, ‘이순신 공부’ 매진한 이유
김 전 재판관은 지난 10일 『의역 난중일기』를 냈다. 난중일기는 임진왜란 7년간 조선 바다를 지켰던 충무공이 직접 겪은 일을 일기 형식으로 쓴 기록이다. 김 전 재판관은 “기존 번역본 등을 골고루 참조하되 문장이나 날짜 기술 방식 등을 오늘날 독자도 쉽게 이해하도록 표현한 게 특징이다. 그래서 ‘의역’이란 말을 붙인 것”이라고 소개했다. 매해, 매달 일기 본문 앞에 당시 충무공 행적을 간략히 설명하고, ‘덧붙이는 말’로 일기에 직접 드러나지 않는 맥락을 설명했다.
김 전 재판관이 이순신 장군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한 건 1975년이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부산고를 졸업해 서울대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공군 군법무관(중위)으로 복무했다. 이때 장교를 대상으로 한 정훈 교육을 하며 이은상 선생의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을 활용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충무공이야말로 공직자의 사표(師表)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교재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정훈 강의는 당시 군 지휘부가 찾아와 들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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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인물 충무공, 현대에도 귀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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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재판관은 군 복무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부산고법·창원지법을 거쳐 헌법재판관(2006~2012년) 등 40년 가까이 법관으로 재직한 동안에도 이순신 공부를 계속했다. 그는 “충무공은 백성에 대한 사랑과 정성을 기반에 두고, 정의와 자력으로 멸망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했다. 공직자로서 충무공은 늘 나라의 안위와 국민 삶을 위해 헌신했다”고 했다.
법관 생활을 마친 뒤 김 전 재판관은 변호사로 일하는 대신 서울ㆍ부산ㆍ여수 등지에서 이순신 교육에 매진하며 책을 썼다. 그는 “400여년 전 인물이지만, 오늘날 공직자 등 리더도 이순신 정신을 배워 익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의원직 상실형 선고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희용 비서실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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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때 정치권에서 보인 행태를 보며 ‘이순신 공부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이 대표에겐 징역 1년의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피선거권이 10년간 박탈된다. 야권은 이 결과를 ‘정치 재판’으로 몰아붙이고, 여권 일각에선 1심 선고인데도 ‘이재명 유죄’를 강조하며 사퇴 등을 압박한다. 김 전 재판관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공직자인 정치인들이 ‘나와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남 탓에만 매몰돼 서로 날을 세운다. 언제나 백성의 삶을 먼저 살피며 헌신한 이순신 정신에 크게 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직선거법 피선거권 제한, 적절한가” 소신 발언도
이 대표 재판과 관련, 법관 출신인 그는 소신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벌금ㆍ징역 등 일정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에 대해 김 전 재판관은 먼저 “선거 부정을 방지해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법의 취지에는 일리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오른쪽)과 권오현 법률자문위부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피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사건 선고 TV 생중계 방송 요청 의견서 제출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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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하지만 피선거권은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다. 법관 재량으로 정하는 벌금액수에 따라 이를 제한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며 “벌금액을 정해야 하는 법관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벌금 99만원은 괜찮고, 101만원이면 문제가 된다’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국민도 많을 것”이라고 짚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더민주혁신회의 등 단체가 지지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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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을 묻자 김 전 재판관은 “피선거권 제한 때는 ‘벌금 액수’ 대신 ‘유ㆍ무죄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ㆍ광역단체장 같은 파급력이 큰 선거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아 법관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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