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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추도식'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으려는 일본[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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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추도식, '조선인·강제징용·사죄' 빠진 졸속 행사 될까

뉴스1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얼굴 위로 빗물이 흐르고 서있다. 2024.9.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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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이 세계유산이 됐습니다'라고 관련된 분들께 (알리는) 보고회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세계유산이 될 때까지 키워주신 분들에 대한 마음을 식전(式典)에서 표현하고 싶다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하나즈미 히데요 일본 니가타현(県) 지사가 사도광산 추도식을 나흘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추도식은 단순 '보고회'가 됐고, 강제 징용 희생자들은 '사도광산이 세계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키워주신 분들'이 됐다.

당초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과 관련된 "전체의 역사"를 기록하고 희생된 한국인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사도광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조건이다.

하지만 한일 외교 당국이 명확히 하지 않은 부분을 비집고 일본 정부는 조금씩 추도식의 진정성을 희석시키기 시작했다.

한국인 노동자가 중심이 될 줄 알았던 추도식은 사실 '모든 노동자'를 위한 것이었고, '강제징용'이라는 표현은 빠졌다. 주최 측도 일본 정부가 아닌 니가타현·사도시·민간단체로 구성된 '실행위원회'로 드러났다. 그나마 일본 정부가 추도식에 얼마나 성의껏 임하고 있는지 보여줄 파견 인사는 이틀 전인 22일에야 겨우 발표됐다. 장관도 차관도 아닌 '차관급'에 해당하는 정무관을 파견해 간신히 한국 측이 요구한 구색만 맞췄다.

추도식 관련 약속을 한 것은 기시다 정권이지만 실행의 주체는 이시바 정권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4년 전 "총리가 된다면 한국 역사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 일본인이 스스로 과거의 책임을 명확히 검증해야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주최 현(県)의 수장조차 '보고회'라 부르는 추도식에서 과연 명확한 역사 검증이 이뤄질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 개인의 언어가 개인의 사고와 삶을 형성한다면 정치인과 정부의 언어는 한 국가의 신념이자 구성원들의 인식을 규정짓는다. 오는 24일 추도식에서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어떤 언어로 일본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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