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한때 4만원대까지 추락하면서 마진콜이 발생했던 것은 맞지만, 일각에서 거론한 삼성가 지분 반대매매 등은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다른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잡는 등 확보할 수 있는 여유 자산이 충분한 데다, 무엇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삼성 오너 일가와 척을 지면서까지 반대매매를 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표면상 주식담보대출이지만, 사실상 신용대출과 같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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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이달 13일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린 2850억원에 대한 주식 담보를 기존 619만300주에서 710만7000주로 늘렸다. 10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같은 날 217만3000주에서 249만3000주로 담보를 확대했다. 지난 13일에는 BNK투자증권에 빌렸던 1000억원 규모의 주담대를 상환하고 삼성물산 주식을 담보로 한 신규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홍 여사의 이같은 행보는 당시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내린 데 따른 마진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달 14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9900원까지 떨어지며 4년 5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자사주 매입 이후 다시 반등했지만, 그래도 지난 7월 10일 8만780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약 4개월 만에 40% 가까이 빠졌다.
당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수가 없었다면 삼성가 세모녀의 부담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 여사를 포함해 주담대를 보유한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연달아 마진콜을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홍 여사의 주담대 조건 유지를 위한 최소 주가는 5만8300원, 이서현 사장은 5만8700원, 이부진 사장은 6만3100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예상하고 있는 삼성그룹 오너일가 지분의 반대매매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대부분 대기업 주가가 폭락해 상당수 오너 일가가 마진콜을 요구받았고 심지어 일부 오너는 추가 담보를 제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반대매매는 실행되지 않았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삼성 일가의 삼성전자 주담대 유지 가격이 5만7000원이든 5만8000원이든 결국 마진콜의 기준 가격일 뿐 실제로 반대매매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설령 자산이 없더라도 그룹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면 증권사에서 신용으로 대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담보비율을 칼같이 지키고 반대매매를 실행하는 차주는 중소기업이나 개인 뿐으로, 계열사가 여럿 있는 중견기업만 돼도 나름대로 여유를 많이 준다”면서 “주담대만 내주고 끝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딜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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