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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게 어떻게 항명인가?”[신문 1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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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11월 18일

경향신문

<G20 앞두고 물에 잠긴 정상들>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나렌드라 인도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부터)의 거대한 초상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8~19일) 개최지인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에서 원주민들에 의해 물에 잠겨있다. 원주민들은 기후 및 생물 다양성 위기 해결에 대한 이들 국가들의 리더십 부족에 항의하기 위해 이같은 퍼포먼스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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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의 대형 얼굴사진이 코밑까지 물에 잠겨 있습니다. 이 사진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인 원주민들의 시위입니다. 이들은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 해결을 위한 힘 있는 국가들의 리더십 부족에 항의하기 위해 이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이날 외신사진 중에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일단 사진이 간결하고 의미심장합니다. 코까지 물에 잠기면 그것은 ‘죽음’이지요. 비유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표현한 겁니다. 성인 키만한 사진을 등장시킨 시위의 스케일과 아이디어가 빛났습니다. 절박함으로 읽어야 할 사진입니다.

■11월 19일

경향신문

<우크라 전쟁 1000일...더 이상 죽이지 말라> 이탈리아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17일 로마의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19일)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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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영토 공격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는 조치로 이 미사일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쓰일 수 있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이 결정에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경고했지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황이 험악해지고 있는 중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을 앞두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가 펼쳐졌습니다. 한편 외신들은 곧 1000일이라고 일제히 지난 사진들을 모아 다시 발행했지요. 100일, 200일, 6개월, 1년, 2년, 1000일 같이 매끈하게 끊어지는 날에는 다소 수그러들었던 뉴스도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진 중에 ‘1000’이라는 숫자가 나온 유일한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11월 20일

경향신문

<바이든 빠진 채...G20 ‘기아 빈곤 퇴치 연합 출범’ 기념촬영>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기아·빈곤 퇴치 연합(GAAHP) 출범’에 참여한 G20 각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늦게 도착해 기념촬영에 함께하지 못하자, 홀대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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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을 읽기 전에 사진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고, G20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쓰윽 보면 매번 보는 그저 그런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 사진엔 숨은(?) 그림이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없습니다. 다소 밋밋한 기념사진이지만 바이든 없이 진행된 기념촬영이라는 뉴스적 양념이 뿌려져 의미를 더했습니다. 바이든은 이날 늦게 도착해 기념촬영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퇴임을 앞둔 바이든 홀대 논란이 일기도 했답니다.

■11월 21일

경향신문

<1000개의 촛불로 밝힌 스러진 목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을 맞은 19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키이우 국립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조국 기념비 앞에 촛불을 놓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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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격화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바이든이 사용제한을 푼 미국산 미사일을 러시아로 발사했고, 푸틴은 핵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개정해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10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지원에 힘입은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혔고, 러시아는 대규모 보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조국 기념비 앞에서는 군인과 시민들이 전쟁에 스러진 목숨들을 추모하며 1000개의 촛불을 밝혔습니다. 어둠 속에 타오르는 촛불들이 ‘그림이 된다’는 이유로 1면 사진이 되었지만, 저 촛불이 얼마나 더 늘어야 하나 싶어 끔찍하고 답답한 마음입니다.

■11월 22일

경향신문

<생일날 법원 나서는 박 대령>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해병 대령)이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군 검찰은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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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이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박 대령 측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명확히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박 대령은 최후변론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격노 전화를 받고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 대통령실이 전방위로 개입했기 때문에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고 했습니다.

결심공판을 마치고 군사법원을 나서는 박 대령의 표정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이날은 박 대령의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어떻게 항명이고 상관에 대한 명예훼손이냐?” 민주당은 브리핑을 통해 군 검찰의 구형을 비판했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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