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에이태큼스' 공격에 푸틴 핵교리 개정
러시아에 이어 미국서도 3차 세계대전 우려 제기
이례적인 3차 세계대전 언급, 트럼프에 존재감 과시
北, 파병으로 러시아를 '혈맹'으로 묶는 성과
트럼프 종전 과정에서 北 '실익 챙기기' 가능성
북한, 무장장비 전시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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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미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거론하던 '3차 세계대전'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승인으로 우크라이나가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으로 발사하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 교리(핵사용의 원칙)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나라의 공격도 공동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핵보유국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거나 군사협력을 하는 모든 국가로 핵사용의 대상을 확대한다는 얘기이다.
이어 영국이 지원한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가 북한군이 주둔한 쿠르스크 지역을 때리자, 러시아는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 '오레슈닉' 발사로 대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바이든 정부의 미사일 사용 승인 파장에 대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측근인사들에서도 추가 확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3차 세계대전'우려, 트럼프 측근으로 확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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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조치는 모두 북한과 관련이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에이태큼스'의 사거리 제한을 해제한 명분이 바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의 핵교리(핵무기 사용원칙) 개정에 대해서는 군사동맹을 사실상 복원한 것으로 평가되는 북·러 조약과 맞물려 북한의 핵우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파병이 이처럼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기폭제가 된 만큼 향후 확전 여부에도 중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 대회' 연설에서 "미국의 전쟁상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전쟁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으로 하여 보다 많은 나라들이 여기에 말려들고 국제안보 형세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키우며 더욱 위험한 지경에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도 '3차 세계대전' 담론에 가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개막된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 - 2024' 연설에서 미국과 협상을 통해 적대적 대북정책을 확신했다며 안보를 위한 최강의 국방력 확보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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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연설에서도 세계군사정세와 관련해 유사한 인식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지금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가장 혼란스럽고 폭력적인 세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근 한 세기 전 유럽과 아시아의 파시즘이 연합하여 세계를 소란케 하였던 것처럼 서방과 동방의 반동세력들이 미제국주의자들의 지휘봉 밑에 동맹하여 전 세계에 탐욕적이며 폭제적인 질서를 확립해보려 하는 것이 오늘의 실상"이라고 진단했다.
파병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전으로 비화시킨 김 위원장이 이처럼 현 정세와 관련해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눈길을 끈다. 올해 북한의 노동신문 보도에서 한국의 집회 소식이나 외신 보도를 제외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맥락에서 3차 세계대전을 언급한 기사는 한 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의 언급은 이례적이다.
전쟁준비 강조하기위한 '내부용'
북한, 무장장비 전시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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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세계대전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일단 '내부용'으로 보인다. "세계최대의 열점지역인 조선반도"에서 지금처럼 "열핵전쟁으로 번져 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전쟁 준비에 총력집중"할 것을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김정은은 두 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 정책"이라는 그의 발언은 향후 열릴지도 모를 북미대화의 기본원칙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리 분명하게 확인해두는 의도로 분석된다.
트럼프에게 '존재감' 과시하는 수단
김정은은 특히 "오늘 우리 공화국은 세계 정치군사형세의 변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위력한 축으로 부상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우크라이나 전장에 군대를 보낸 당사자로서 푸틴처럼 3차 세계대전을 입에 올리며 북한의 존재감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과시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 위원장이 지난 10월 시점에 군대를 파병한 것 자체가 그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것을 미리 예상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일 발표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의 의미와 쟁점' 보고서에서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종결될 경우에는 그동안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북한이 어렵사리 구축한 한반도 신 냉전 구조의 한 축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국 대선이후 전쟁의 향배가 불투명한 상황을 고려해 미리 러시아를 북한의 대외전략에 결박시킬 필요가 있는 만큼 미국 대선 이전에 파병을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현재까지만 보면 김 위원장은 파병으로 전쟁의 판을 키워 러시아를 '혈맹'으로 묶어두는 목적을 일부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이 개정한 핵 교리가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 벨라루스만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핵우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런 성과 중 하나로 제시된다. 북한은 첨단무기 기술지원도 앞으로 러시아에 더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추가 방러 가능성도 제기했다.
北, 트럼프 '압박'하며 참전 실익 도모할 듯
김 위원장이 파병을 통해 러시아를 반미 안보동맹으로 묶어두는 성과를 거뒀다면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로 참전의 실익(實益)을 거두는 일이 남게 됐다. 북한은 내부적인 전쟁준비와 체제결속 만이 아니라 미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러시아와 함께 3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담론을 더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물론 미국에서도 제기되는 3차 세계대전에 대한 우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결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자 명분이 될 수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무엇보다 러-우 전쟁이 언제든지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 미국과 서방을 압박하고 유리한 협상을 유도하려는 러북 양국 공동의 전략적 포석"이라며 "모스크바-평양 추축 형성을 통해 유라시아와 동아시아·한반도의 지정학적 연계를 강화해 국제정치적 영향력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푸틴과 김정은의 그레이트 게임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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