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경남교육청 감사관은 경추협착증과 목 디스크로 왼쪽 팔근육이 수축돼 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 병원에서도 완치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김 감사관은 선도 외공을 통해 정상 상태를 회복했다. 김창수 감사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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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부터 쿵후·태권도 등 ‘15단’
‘무술로 다져진 체력’을 업무 동력 삼아
‘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서 대통령상
하지만 과도한 업무 겪으며 왼팔 굳어
한의원·종합병원 다녀도 차도 없던 중
물리치료과 교수가 “신경 깨우라” 조언
2년 전부터 외공 수련한 뒤 왼팔 펴져
나은 원리 파악 위해 한방건강과 입학
경남교육청 감사관으로 근무하는 김창수(58)씨는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한 무술이 그의 든든한 건강 지킴이었다.
작은 덩치 때문에 얕잡아 보이는 게 싫어서 무술을 시작한 김 감사관은 전통 무예인 ‘뫄한뭐루’(충무공 이순신이 왜군을 상대로 펼쳤던 학익진의 원리를 인체에 응용하여 만든 무술)를 시작으로 쿵후, 태권도, 합기도, 검도 등을 섭렵했다. 그가 따낸 단수만 15단 1급이다.
무술로 다져진 체력은 업무 추진의 동력이기도 했다. 김 감사관은 꼭 필요한 일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공무원으로 평가받는다.
창원교육지원청 행정지원팀장으로 일할 때였다. 그는 학교 현장에서 각종 계약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자, 계약법을 연구해 ‘눈높이 계약교실’이라는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계약 교실’은 학교 회계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무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야학도 운영했다. ‘공자대학’(公自大學). 공무원 스스로 크게 배우자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수업의 90%를 자신이 맡아야 해 힘이 들었지만, 보람도 컸다. 김 감사관은 2015년 처음 제정된 ‘제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김 감사 관이 지난 17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 부근에 있는 외공 수련장 ‘취산재’에서 윤형식 원장으로부터 자세를 지도 받고 있다. 김창수감사관제공 |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무술 덕이었다. 하지만 2015년 무술을 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의 과중한 업무가 그를 덮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해 경상남도와 경남교육청이 학교 급식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경남도의회에서 ‘학교급식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렸는데 당시 급식 담당 업무를 맡고 있던 그가 실무 대응팀을 이끌었다.
13명의 도의원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5년 8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조사가 진행됐고 그해 말까지 후속 조치를 끝내야 했다. 조사 기간 교육청에서 검토해 도의회에 제출한 문서만 1톤 트럭으로 7대 분량에 달했다고 한다.
“도의원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밤샘 작업도 밥 먹듯이 했고요.”
물론 성과도 있었다. 국내 최초로 ‘학교급식 계약 실무편람’을 만들어 규정에 따라 급식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건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오랜만에 찾은 검도장에서였다. 대련할 때 목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언제부터인가 왼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자기공명영상(MRI)를 찍었더니 경추 협착과 목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2018년 교육부에 파견됐을 때는 증상이 더 심해졌다. 상완근이 수축하면서 공룡 앞발처럼 굽어진 왼팔로는 자동차 핸들을 잡기도 어려웠다.
한의원, 마사지숍, 통증클리닉센터,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을 전전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용하다고 소문난 병원을 찾아갔지만,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절망스러운 얘기만 들었다.
“알고 지내던 모 대학 물리치료과 교수가 병원에서 나을 병이 아닌 것 같다면서 신경을 깨운 뒤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교수도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신경을 깨워야 한다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예전에 읽었던 수련 관련 서적에서 ‘마음이 가는 곳에 기가 모인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기운 즉 에너지가 모이면 무디어진 신경도 되살아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선도 수련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목디스크 증상은 금세 사라졌지만, 왼쪽 팔은 차도가 없었다. 평생 무술을 닦아온 김 감사관은 선도 수련 중에서도 무술과 비슷한 외공에 마음이 끌렸다. 2년 전부터 매주 일요일 경남 양산시 통도사 인근의 외공 수련장에서 열리는 3시간 수련모임에 참여했다.
“수업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감각이 없었던 왼쪽 팔과 어깨에 기분 좋은 묵직함과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효과는 놀라웠다. 외공 수련을 시작한 지 1년 남짓 지나자, 왼팔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아직 불편한 느낌은 조금 남아 있지만 가동 범위라는 점에서는 거의 정상”이라고 한다.
기적 같은 회복을 체험한 김 감사관은 직장 동료들에게 건강법을 전하기 위해 경남교육청에 수련장을 열었고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하던 아내에게도 외공을 권했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아내는 요즘 ‘잠보’라고 제가 놀릴 정도로 매일 잠을 깊이 잡니다.”
김 감사관은 퇴직한 뒤 선도와 외공 수련에 기반한 건강법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직업군 가운데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교사와 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준비도 시작했다. ‘불치’ 판정을 받은 자신이 낫게 된 원리를 알고 싶어 경희대 한방건강관리학과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호흡과 함께 몸을 유연하게 하는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의학적 처치와 병행하면 치료 효과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양산=권복기 건강한겨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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