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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재명 1R’ 재판부는 왜 징역형을 선고했나… 백현동 재판에 영향 줄 가능성도[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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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62화입니다.

동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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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 58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311호 법정. 20분간 쉴 틈 없이 선고문을 읽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한성진 부장판사는 짧은 숨을 들이켰습니다. 100여 명이 들어찬 법정을 잠시 바라보곤, 마지막 주문을 읊었습니다.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일순간 방청석이 술렁였습니다. 피고인석에 서 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만이 미동조차 없었습니다. 경위 20여 명이 퇴정을 요청하는 소란스러운 상황에도 이 대표는 말없이 판사석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1심 재판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형량이라는 인상을 남기면서요. ‘의원직 상실형’ 기준인 벌금 100만 원 형을 넘느냐를 두고 논쟁하던 세간의 전망이 무색해지는 중형이었습니다.

이는 1심 재판부가 문제 된 이 대표의 발언 중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의 발언은 무엇이고, 재판부의 판단은 어땠던 걸까요? 그리고 이 판단은 나머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대표의 발언을 크게 3가지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 이 대표의 거짓말·고의 인정한 법원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고, 경기도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다음에 김문기를 알게 됐다.
-2021년 12월 22일 한 방송에서
무죄입니다.

당초 검찰은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관계를 부인했다며 기소했습니다. 21대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의혹이 불거지자, 그 연관성을 끊어내기 위해 대장동 사업 실무자였던 김 전 처장을 모르는 체했다는 주장이었죠.

하지만 재판부는 이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것은 ‘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였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모른다’는 표현만으로는 김 전 차장과의 관계를 부정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서 마치 제가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 내서 보여줬고 조작한 것이다.
-2021년 12월 29일 한 방송에서
유죄입니다.

이때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유권자 입장에서 위 발언이 어떻게 읽힐지였습니다. 발언의 맥락을 따져본 뒤 유권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게끔 했다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위 발언은 ‘이 대표가 김문기와 골프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요. 이들은 실제로 골프를 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죄가 된다고 본 겁니다.

또 재판부는 이 허위발언의 고의성 또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 골프를 함께 친 사람은 김문기와 유동규뿐이라 기억에 남을 만한 행위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이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기회나 시간은 충분했다고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유죄입니다.

이 대표는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의 배경에는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혁신도시법에는 국토부가 도시관리계획에 변경이 필요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 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의무 조항’이 있는데요. 이 대표의 주장은, 국토부가 이 의무 조항을 근거로 성남시에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을 시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식의 협박을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협박 자체가 없다고 봤습니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내는 협조 요청 공문이 그 근거입니다. 이 공문에서 국토부는 협조 요청이 ‘의무에 따른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1심 재판 중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시 공무원들이 “압박이 없었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기도 했죠. 즉 재판부는 “백현동 용도지역 변경은 국토부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성남시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본 겁니다.

이에 더해 허위발언에도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대표가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 기회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점, 국정감사장에서 제시할 패널을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보면 이 발언 배경엔 당선 목적이 깔려 있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 ‘백현동’ 발언 유죄, 대장동 재판에 영향 줄까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부는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의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 발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하면서 백현동 개발사업의 사실관계 역시 판결문에 자세하게 적었습니다. 담당 재판부로서는 ‘~~한 사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유죄가 인정된다’는 근거를 적기 위함이었을 텐데요. 법조계에서는 이번에 인정된 사실관계가 이 대표의 대장동 및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서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백현동 개발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기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 사업입니다. 판결문에 나온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민간개발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은 이 부지를 매입하기로 하고 2014년 성남시에 자연녹지지역에서 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2단계 용도 상향을 요청했지만 2차례 거부당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성남시와 식품연구원 사이의 협조 요청 등이 수차례 오갔고, 2015년 9월에 최종적으로 결정된 안에는 부지 용도가 기존보다 4단계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됐습니다.

아시아디벨로퍼는 2015년 1월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했는데, 이 부분은 이번 판결문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백현동 개발 로비스트’로 불린 김 전 대표는 알선수재 혐의로 1, 2심에서 모두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이달 28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김인섭)은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인 이 사건 사업 관련 인허가 사항 등의 알선에 관하여 정바울로부터 합계 약 74억5000만 원의 현금과 액수 미상의 함바식당 사업권 상당의 이익을 수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핵심적으로 볼 부분은 이번 선거법 사건 1심 재판부가 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스스로 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도 기소 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중 백현동 관련 혐의는 2014년 4월~2018년 3월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 과정에서 로비스트 김인섭 전 대표의 청탁을 받고 민간 업자에게 단독 사업권을 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입니다. 부지 용도 변경뿐 아니라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 옹벽 설치, 기부채납 대상 변경 등 각종 특혜가 제공됐다는 혐의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스스로 한 것’ 이라는 사실관계 인정이 이 대표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의 요구 때문이었다”며 백현동 개발 관여에 거리를 두던 이 대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김 전 대표의 유죄 판결 속 인정사실과 합치면, ‘백현동 부지의 4단계 용도변경은 이 대표가 스스로 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김인섭의 알선이 있었다’는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대표가 김 전 대표의 알선을 고려했는지 여부 등은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봐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요.

앞으로

이 대표와 검찰 양측은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항소심에서는 ‘의원직 상실형’ 판결을 뒤집으려는 이 대표 측과 ‘김문기 몰랐다’ 발언까지도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찰 측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의 정치적 파장도 큽니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재판 중 가장 먼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재판부터 ‘피선거권 박탈 10년’에 해당하는 징역형이 나오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음 주 월요일(25일)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습니다. 만일 위증교사 사건에서 금고형 이상의 판결이 내려져 확정되면 이 또한 ‘피선거권 박탈 5년’에 해당합니다.

〈이 대표의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밝힌 ‘양형의 이유’〉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국민주권과 주민자치의 원리 및 국민의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요체로서, 선거는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하게 행하여져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어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고 있다. 피고인은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였으므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범행은 모두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루어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하여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범행의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할 것이다. 선거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여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하여 일반 선거인들이 잘못된 정보를 취득하여 민의가 왜곡될 수 있는 위험성 등 역시 고려하여야 한다.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

다만, 피고인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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