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민주당, '이재명 무죄 유니버스' 너머 가능성 모색할 때 [기자의 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앞 도로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및 시민사회 연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두 달 전 일이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구형의 절반 정도라는 속설이 있어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민주당 원내대변인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중형 선고 시 대책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질문이 불쾌하다. 예의를 갖춰 질문하라"고 답하며 언짢아했다.

기자의 '무례한' 상상은 안타깝게도 현실이 됐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이 재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선고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예상치 못한 중형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재판부가 자리를 뜬 뒤에도 법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각 법원 밖에서 화기애애 대기하던 민주당 의원의 얼굴도 굳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무죄를 진심으로 믿었다. 이제껏 대부분의 공식 석상에서 했던 발표 뿐 아니라 기자가 사석에서 만난 민주당 소속 의원 대부분이 그랬다. 재판부가 검찰의 '조작 증거'에 기반해 유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는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의원직 상실형에 이를 만큼의 중형을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선고 이후에도 믿음은 계속 되고 있다. 16일 장외 집회에 나선 박찬대 원내대표는 "민심의 법정에서, 역사의 법정에서 이재명은 무죄"라고 외쳤고, 당은 여전히 같은 주장을 반복 중이다.

이번 사태가 순정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현재 당에는 이 대표 방어만 있을 뿐이다. 유죄 가능성이나 이 대표 외 다른 대안은 상상할 수도 없다. 당이 단일대오로 하나 되어 이 대표 수호에 나서는 것 외엔 타개책도 없어 보인다. 누군가는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이라는데 지금의 민주당이 떠올리는 가능성은 빈곤하다.

이런 행보는 당의 가능성을 축소하고 회복 탄력성을 떨어뜨린다. 이 사건 3심이 2027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과는 달리, 이미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 재판이 대선 전 3심까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 보고 있다. 그때 가서 현재의 방향을 철회하고 다른 후보를 찾아 대권 주자로 띄우기엔 대단히 늦지 않을까. 다른 대안은 없이 유력 대권주자 한 명의 사법 리스크에 기력을 실컷 낭비한 뒤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줄 적절한 정치인을 뒤늦게 찾는 것은 유권자에게도 엄청난 신뢰와 시간의 손실이다.

오는 25일에 있을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는 앞선 선거법 재판보다도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게 예상돼 왔다.

눈앞에 놓인 사법 리스크는 이제 이 대표 개인의 것이 아닌, 이제 민주당 전체의 문제다. 당 대표 한 명에게 명운을 거는 것이 선택 가능한 유일한 옵션이어선 안 된다. 거론되는 다양한 가능성을 금기시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어떤 대안이든 논의해봐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순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say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