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병원에 입원비를 내는 과정에서 할인받은 의료비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삼성화재가 A 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05년 삼성화재 실손의료비 보험에 가입한 A 씨는 2016년~2021년 서울의 한 한방병원에서 11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고 병원비를 결제하며 '지인 할인' 명목으로 일부 금액을 감액받았다.

이후 입원실료와 병실료 차액을 포함해 할인받기 전 산정된 의료비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병실료 차액은 1인실 등 실제 사용 병실과 입원 기준 병실과의 금액 차이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특별약관을 근거로 "할인금은 실제 지출하지 않아 특약에 따른 보상 대상이 아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A 씨 측은 "할인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관련 특약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 전액을 보상한다'고 규정하지만 지인 할인에 따른 할인금 보상 관련 내용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1심은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보험사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특약상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비급여나 병실료 차액은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결정한다"며 "지인 할인 등의 명목으로 할인 해주는 것은 기관이 최종적으로 확정한 의료비"라고 판단했다.

이어 "할인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면 병원이 비급여 비용을 부풀려 높게 책정한 뒤 할인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등으로 실손의료보험을 남용할 유인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약관상 뜻이 불명확해 가입자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특약 중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비용 전액'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본인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이나 '할인 전 의료비에 해당하는 항목'에 대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2심은 "규정을 보험사 측이 마련했음에도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 "다수 병원이 환자에 따라 별도 적용되는 할인 금액을 적용하고 있고, 금융감독원도 감면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은 2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손해가 없으면 보상도 없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관련 특약은 치료비를 보상하는 손해보험 성격을 지니는데, 손해가 아닌 할인금을 보상할 경우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돼 손해보험 제도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약관 뜻이 명확한 만큼 해당 보험은 A 씨의 진료 비용만을 보장할 뿐 병원에서 할인받은 부분을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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