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회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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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안타깝게도 뒤늦게 깨달아 큰 재앙 직전에 서 있어요. 특히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기후 위기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어요.” 창립 100돌을 맞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조성암(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64) 한국 정교회 대주교의 취임 일성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였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교회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지구적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는 모두 탐욕과 이기주의라는 죄를 내려놓고 모든 피조물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고 회개하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에도 1년 임기의 교회협 회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가 속한 정교회(Orthodox Church)는 옛 동로마 제국의 국교로서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다. 가톨릭과 함께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오래된 두 종파 중 하나로, 1054년 로마 중심의 서방 교회와 분리됐다. 1960년 그리스 아이기나 섬에서 출생한 조성암 대주교는 199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8년부터 26년 동안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펼쳐왔다.
“정교회는 일관되게 기후위기가 정치적이자 생태계적이며 영적인 문제이며, 환경 파괴가 범죄라고 주장해왔어요. 우리가 자기중심적 생각을 멈추지 않고, 이익과 탐욕에 집착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그는 " 공동의 집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온 지구 생명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며 , 한국교회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독려하고 ,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맡은 그리스 태생 조성암(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한국 정교회 대주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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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한 대형 교회에서 열린 결혼식에 갔다가 충격을 받은 경험을 얘기했다. “하객들이 축의금을 낸 뒤 피로연장으로 직행했어요.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이게 한국 스타일’이라고 하더군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이러지 않고 서로 즐기며 축하해줬거든요.” 그러면서 “한국엔 가족 간의 유대와 정이 있고, 챙겨주는 문화와 춤과 노래 등 아름다운 전통이 많은데 왜 이런 것을 버리고 미국처럼 변해가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대학에서 강의하며 느낀 소회도 털어놨다. “과거엔 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면 서로 대화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PC)에 몰입하느라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과 대면 소통을 잘 하지 않아요.” 그는 “사랑의 부재, 소통의 부재가 어디까지 왔는지 뼈저리게 느낀다”며 “우리에게 지금 부족한 것은 사랑"이라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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