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t급 관측선 동·서·남해 돌면서 데이터 수집
AI 기반 예보모델로 불확실성 큰 날씨 예측
엔비디아, 7월 제주서 긍정적으로 협력 검토
지난 20일 제주 서귀포항에 정박한 해양 기상 관측선에 들어서자 실시간 날씨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기상청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오후 2시30분쯤 기상청 직원이 관측선의 공기 주입실 문을 열었다. 성인 남성보다 큰 풍선에 매달린 라디오존데는 3~5초 만에 상공에 떠올랐다. 라디오존데를 띄운 고경석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관측연구부 주무관은 “관측선이 한반도 주변 해역을 돌아다니면서 매일 2~4회씩 온도와 습도, 풍속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라디오존데를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호우 제주 서귀포항에 정박된 기상관측선에서 성인 남성보다 큰 풍선에 매달린 라디오존데가 상공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
해양 최전선에서 날씨 포착…“3000t급 관측선 추가 도입 논의”
갈수록 변화무쌍해지는 날씨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청이 관측·예보 능력을 키우는데 힘쓰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은 날씨정보의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인공지능(AI) 기반 날씨 예측기술을 앞다퉈 개발하는 추세다. 우리 기상청도 3000t급 관측선 도입을 논의하고, 엔비디아 등 글로벌기업과 AI 예보 모델 ‘알파웨더’를 활용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제주 서귀포항에 정박한 ‘기상 1호’는 길이 64.32m, 넓이 9,4m인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 기상 관측선이다. 2011년에 도입된 기상 1호에는 라디오존데 외에도 염분·수온 측정기, 미세먼지 관측장비 등 각종 장비가 있다. 이곳에서 교대로 근무하는 승조원 17~19명은 동해와 남해, 서해를 오가면서 고층·해상·해양·대기 환경 정보를 모으는 이동기상대 역할을 수행한다. 수집된 기상 정보는 기상청뿐 아니라 세계기상기구(WMO)에 등록돼 활용된다.
기후변화 속에서 관측선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해수면 온도와 염분 등의 변화가 태풍, 이상고온,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태풍 관측에 필요한 1500~3000t 관측선 없이 498t짜리 기상 1호만으로 3개 바다를 관측해 예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국회와 3000t급 기상관측선의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류동균 국립기상과학원 관측연구부 사무관은 “태풍주의보 때 파고가 3m 이상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때 바다에 나가려면 배의 규모가 지금보다 커야 한다”며 “표류부이 같은 장비로 다른 해상 상황을 살피고 있지만, 서해에서 동해로 가는데 4일씩 걸리고 한국은 해역이 3개나 되니까 날씨를 동시에 입체적으로 관측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측은 “추가 관측선 도입을 위한 예산 상황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 유일한 해양 기상관측선 ‘기상 1호’가 20일 제주 서귀포항에 정박해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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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날씨 전하는 ‘알파웨더’…엔비디아, 기술 협력 검토
기상 관측선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알파웨더 개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2019년부터 레이더 반사도와 지상 관측 정보 등을 활용한 AI 기반 예측모델 개발에 착수해 2021년까지 복사물리 연산 속도를 60배 끌어올렸다. 복사물리는 지표면과 대기, 지구와 태양 사이에서 발생하는 복사현상에 대한 상호작용을 계산한 것으로, 기상청은 알파웨더에 1년치 자료를 학습시켜 세계 최초로 0.25㎞~5㎞에 달하는 좁은 공간의 날씨도 빠르게 이미지화하는데 성공했다. 또 GPU(컴퓨터그래픽 처리 장치) 2기를 확보해 10분 간격으로 향후 6시간의 강수를 예측할 수 있는 초단기 예보 모델을 개발해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기후변화는 기상·기후분야의 AI 기술 경쟁에 불을 댕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은 기후변화의 불확실성과 기상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민간 주도로 기상·기후 AI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개발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재해의 직·간접 피해가 늘면서 기상예보와 안전·보안을 포함한 AI 기상솔루션 시장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030년 기준 13.19%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챗GPT 기술을 기상 예측에 적용한 민간기업의 AI 모델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유럽 기상청은 AI 특화조직, 예산투입·국제협력 중장기 투입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알파웨더는 글로벌기업이 주목하는 기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월 미국 기상학회에 참석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와 연구협력회의를 갖고 공동연구를 논의했다. 지난 7월 29일에는 스탠 포시(Stan Posey) 엔비디아 지구시스템 모델 총괄이 제주를 방문해 알파웨더 기술을 자사의 디지털 트윈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디지털 트윈이란 기상공간에 실제 사물의 물리적 특성을 동일하게 반영한 쌍둥이를 3차원 모델로 구현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실제 사물과 동기화한 이미지를 분석해 현실의 의사결정을 돕는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어스-2′와 ‘코디프’를 공개했다. 어스-2는 엔비디아의 기후예측 기술을 바탕으로 지구 대기환경을 시뮬레이션하는 AI 소프트웨어이고, 코디프는 기존 수치 모델보다 12.5배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1000배 빠르게 생산하는 생성형 AI 모델이다.
이에 대해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은 “지난 7월 우리의 초단기 모델 범위를 동아시아까지 확장해 공동 연구하는 방안과 국내에서 엔비디아의 어스2 기술을 기상청 서버에 탑재해 데이터를 표출해보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논의했다”며 “(기상 예측 기술을) 앞으로 동아시아 영역까지 확대하고 시험운영을 시작해 2028년에는 개발도상국 등 다른 국가에 기술을 지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웨더를 통해 생산된 초단기 강수 레이더 이미지가 모니터에 표출되고 있다.(사진=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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