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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도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 서초구는 국민의힘 텃밭으로 '공천이 곧 당선'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당시 명 씨는 국민의힘 서초갑 책임당원들의 안심번호 명단을 확보한 뒤, 이를 표본으로 비공표(비공개)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누군가 명 씨에게 안심번호 명단을 넘긴 정황이 짙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서울 서초갑 조사자료(2022.02.09.)와 명태균-강혜경 녹음파일 등을 종합하면, 명단을 넘긴 사람은 경선에서 승리해 최종 당선된 조은희 의원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명 씨는 당시 여론조사 결과의 '로데이터(Raw Data)', 즉 원본 데이터를 특정 후보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각 안심번호 별로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지 나와 있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 씨의 여론조사 비즈니스 전략 핵심이 '로데이터 제공'이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정상적인 여론조사 업체는 로데이터를 의뢰자에게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혜경 씨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에 입금된 조사 비용은 없었다. 공짜 여론조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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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7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서울 서초갑에서 후보자 경선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당원 선거인단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득표율을 산출한다.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가 경선 결선을 치르기로 했다.
경선 예비후보는 이혜훈 전 의원,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전희경 서초갑 당협위원장, 정미경 최고위원,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 등 총 5명이었다. 당시 조 후보는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청장직을 사퇴해서 5%의 책임 페널티(감점)를 받았다. 후보 경선은 2월 10일에 실시됐고, 조 후보가 과반 이상을 득표해 공천을 받았다.
그런데 경선 이틀 전인 2022년 2월 8일 오후 2시, 명태균 씨는 강혜경 씨(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날 통화에서 명 씨는 강 씨에게 국민의힘 서초갑 후보자 경선과 관련된 여론 조사의 문항 수정을 지시했다. 통화 내용을 보면 당에서 제공한 당원들의 안심번호 리스트를 후보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 씨는 우려를 표했다. 안심번호를 후보한테 받은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정식으로 의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명 씨는 "그거(의뢰서)는 나중에 만들면 되잖아. 문제가 되면. 후보한테 쓰라고 하면 되지 그 조은희한테"라고 답했다. 강 씨는 여론조사 비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비쳤다.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보고서가 넘어간 시점에서 바로 통장으로 돈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명 씨는 "그건 내가 해줄게요"라고 답했다.
□ 강혜경 : 여보세요.이날 통화 내용을 정리하면
■ 명태균 : 예. 설문지 내용 수정해야 됩니다.
□ 강혜경 : 잠시만요. 네
■ 명태균 : 그냥 서초에. 생각해 보십시오. 서초에 그게 과반이 안 넘을 거 아닙니까? 내가 보낸 거 공고 낸 거 봤어요, 내용을? 그 과반이 아니면 결선투표 갈 거 아니에요? (네) 그 만약에 결선투표 가면 조은희하고 (네) 이혜훈.
□ 강혜경 : 예
■ 명태균 : 예. 그렇게 했을 때 누굴 지지하느냐?
□ 강혜경 : 네
■ 명태균 : 그 문항을 하나 더 집어넣고요.
□ 강혜경 : 네 네.
■ 명태균 : 그...안산은 뭐예요?
□ 강혜경 : 안산 이거는 그거 정책 수요 조사고요. 리서치뷰에서 저한테 의뢰 온 거예요. 앞 전에 전남대.
■ 명태균 : 그거는 알아서 하면 되고 내가 무슨 말하는지 아시겠죠? (네) 그래 하고 대통령 그 안 물어봐도 되나 그냥 서초만 서초만 물어볼까? 어떡할까. 예? 여보세요.
□ 강혜경 : 네, 문항 넣을까요? 대통령
■ 명태균 : 아니 물어보는 거야 내가. 그냥 서초만 물어볼까요?
□ 강혜경 : 간단하게 끝내려면, 네.
■ 명태균 : 나중에 그 문제 없겠어요?
□ 강혜경 : 그러니까 이게 아까 (김태열) 소장님한테도 말씀드렸었는데 가상 번호가 이게 정당이 받는 가상번호가 있을 거고 후보자가 받는 가상번호가 있을 거거든요.
■ 명태균 : 후보자가 받지.
□ 강혜경 : 그러니까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됐을 경우에 선관위에서 '이 가상번호 누구한테 받았나라'고 아마 확인이 되면 우리는 이제 후보한테 받았다라고 얘기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리 되면. 그러면은 정식적인 통로로 이제 후보가 우리한테 의뢰를 해서 우리가 진행을 하는 걸로 이렇게 돼야 돼서
■ 명태균 : (의뢰서) 그거는 나중에 만들면 되잖아. 문제가 되면. 후보한테 쓰라고 하면 되지 그 조은희한테. 그러면 문제가 없어요?
□ 강혜경 : 네. 일단은 만약에 문제가 됐을 경우는 이제 후보자가 우리한테 의뢰를 해서 우리가 진행한 걸로 되기 때문에 문제는 없는데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이게 문제가 됐을 경우에 이 후보자가 의뢰를 했을 때 우리가 비용이 있잖아요. 이게 법인 통장으로 들어와야 되고 문제가 되고 난 후에 이렇게 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게 보이면 뒤늦게 이제 진행이 됐다라고 이제 볼 수도 있어서
■ 명태균 : 아니 우리가 돈 안 받고 할 이유는 없잖아.
□ 강혜경 : 그니까 돈을 받고 할 건데 (예) 조사가 이제 끝나고 보고서가 넘어간 시점에서 바로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든지
■ 명태균 : 그러니까 그건 내가 해줄게요.
□ 강혜경 : 네.
■ 명태균 : 됐죠? (네네) 알겠습니다.
□ 강혜경 : 네 알겠습니다.
■ 명태균 : 그 설문지 다 짜갖고 (네네네) 그거 좀 보내주세요. 예.
-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취록(2022년 2월 8일, 오후 2시)
ㆍ 조은희 후보는 당원들의 안심번호를 명 씨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ㆍ 명 씨는 조은희 후보로부터 받은 당원 안심번호를 강 씨에 전달하며 서초갑 경선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ㆍ 강 씨는 '당원 안심번호 전달과 공짜 조사가 문제될 수 있다'며 정식 의뢰서가 있어야 하고 비용 입금도 제때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ㆍ 명 씨는 의뢰서와 비용 지급 문제를 자신이 처리하겠는 취지로 말하며 강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강혜경 씨에게 확인한 결과, 조사 의뢰서는 끝내 오지 않았고 비용을 지불한 사람도 없었다.
갑자기 끝난 조사 "당에서 문제된다고 전화 왔대"...이튿날엔 로데이터 넘긴 정황
명 씨가 강 씨에게 전달한 서초갑 책임당원 안심번호는 총 2223명 분이다. 이 중 응답자는 559명이었다. 후보 적합도 질문에서 조은희 후보가 48.12%, 가상 결선 투표(조은희VS이혜훈)에서는 조은희 후보가 67.98%를 얻은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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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2월 9일에는 ARS 조사뿐 아니라 상담원이 직접 전화하는 '전화 면접 조사'도 계획돼 있었다.
□ 강혜경 : 여보세요.이튿날인 2022년 2월 9일 오전 11시 15분, 강혜경 씨는 명 씨에게 전화해 "대표님, 로데이터 텔레그램으로 드렸습니다.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응답자 559명의 후보 지지 결과가 담긴 원본 데이터를 넘긴 것이다. 다만 명 씨가 강 씨로부터 전달받은 '로데이터'를 조은희 후보에게 제공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 명태균 : 예. 내일 서초 거는 그냥 안 하는 걸로 하고 오늘 거 한 걸로 마무리지어. 당에서 전화가 와서 여론조사를 돌리는 거 나중에 문제가 된다. 전화가 왔대.
□ 강혜경 : 아.
■ 명태균 : 예. 그래서 오늘 것만 정리하면 됩니다.
□ 강혜경 : 알겠습니다. 네.
-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취록(2022년 2월 8일, 오후 10시 5분)
□ 강혜경 : 여보세요. 대표님 뭐지. 로데이터 텔레그램으로 드렸습니다. 확인해 주세요.다음 날인 2월 10일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서초갑 경선을 실시했다. 서초구청장직 사퇴로 인한 책임 페널티 5%를 받았던 조은희 후보가 결선 없이 공천을 받았다.
■ 명태균 : 알겠습니다. 네.
-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취록(2022년 2월 9일, 오전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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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구 예비후보에게 제공한 책임당원 안심번호를 여론조사에 활용하지 말라는 명확한 국민의힘 당내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RS 조사 전화를 받은 서초갑 당원 누군가가 이를 당에 신고하면서 조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안심번호 총 2223명 중 559명만 응답한 '반의 반쪽' 결과가 나왔지만, 이튿날 강혜경 씨는 명 씨에게 로데이터 파일을 보냈다. 먄약 명 씨가 후보자에게 이 로데이터 파일을 보냈다면 후보자 입장에서는 이 로데이터를 선거 운동에 활용할 여지가 있다. 로데이터상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안심번호를 타깃으로 집중적인 홍보 활동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부분은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했는지 여부다. 공짜 조사는 문제될 수 있다는 강혜경 씨의 지적에 명 씨는 "그건 내가 해줄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 누구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게 강혜경 씨의 증언이다.
조은희 기존 입장 "명 씨 도움 받은 적 없어"... 새 의혹 관련해서는 통화 안 돼
지난달 31일 공개된 녹음파일에서 명 씨는 자신의 지인에게 조은희 의원이 자신을 "영남 황태자"라고 칭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조 의원은 언론에 "명 씨의 일방적인 허풍이 반영된 허위 사실이고 그런 말은 제 용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2022년 3월 서초갑 보궐선거를 명 씨가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서초구청장을 그만두면서 경선에서 페널티를 받았고, 굉장히 악조건 속에서 경선을 했다"면서 2021년도에 명 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명 씨가) 보궐선거를 도와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는 공짜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조 의원의 추가 반론을 받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할 수 없었다.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창원지검은 최근 뉴스타파가 보도한 오세훈 시장에 대한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 대납 의혹(관련 기사 : 오세훈 최측근, 강혜경 계좌로 3300만 원 입금... "여론조사 비용 대납")에 더불어 국민의힘 서초갑 경선 공짜 여론조사까지 수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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