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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전 세계 플라스틱 재앙이냐 종식이냐... 이번 주 부산서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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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플라스틱 협약 5차 협상 25일부터 부산서
"생산 감축해야" vs "재활용부터 제대로" 팽팽
상향식 대응 아닌 '구속력 있는 규제'도 관건
"석유화학 세계 4위 한국, 책임감 가져야"
한국일보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 개최를 이틀 앞둔 23일 오후 국내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와 전 세계 환경단체 회원들이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공원에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1123 시민행진'을 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미세플라스틱에 휩싸인 태아 모형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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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돌고래, 바다거북 등 소중한 해양생물이 죽고 우리 몸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쌓여요. 생명과 플라스틱 생산을 맞바꾸지 말아 주세요."
1123 시민행진에서 '아기기후소송' 당사자인 초등학교 3학년 김한나

플라스틱 오염 종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판가름할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마지막 협상이 25일 부산에서 시작된다. 심해부터 남극까지 전 지구에 범람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인간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플라스틱 원료의 99%를 차지하는 화석연료가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만큼 단계적 퇴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유엔과 환경부에 따르면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된다. 앞서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는 '해양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올해 말까지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캐나다에서 네 차례 정부 간 협상이 있었다.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협상으로 예정된 이번 회의에는 전 세계 170여 유엔회원국 정부대표단이 모이고, 한국 대표로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교체 수석대표) 등이 참석한다.

'생산 감축' 지지 절반 넘지만 만장일치 돼야

한국일보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협상회의(INC5)를 이틀 앞두고 23일 부산 해운대구 올림픽공원에서 국내 1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플뿌리연대'와 전 세계 환경단체 회원들이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을 하며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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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의 핵심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합의 여부다. 유럽연합(EU)과 플라스틱 오염 피해가 큰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심인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HAC)'은 '1차 플라스틱 폴리머(원료) 생산 감축'을 포함한 높은 목표를 요구 중이다. 일부 국가는 '2025년 대비 2040년까지 폴리머 생산을 40% 감축하자'는 정량적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중동 국가와 러시아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산유국들은 '재활용을 포함한 폐기물 처리'에 방점을 둔 약한 협약 체결을 지지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생산 감축에 우호적인 국가는 약 120개, 강력한 반대 국가는 10개 이하이며 나머지 국가들은 '회색 지대'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협상위에서 안건이 채택되려면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국제사회가 약속처럼 '구속력 있는 규제'에 합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기후위기 대응 체제인 파리협정의 경우 엄격한 하향식 규제 대신 각국이 알아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는 상향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자율성 탓에 대응 속도가 느리다 보니 플라스틱 협약에서는 '금지'나 '법적 구속력' 등 규제 정도가 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탈플라스틱 전환을 위한 국제 재원 마련 방안도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한국, 우호국 연합인데 소극적 태도로 일관

한국일보

지난 9일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하마르 웨인 해변가에서 청소부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종식하기 위해 지난 2년여 동안 국제 협상이 네 차례 진행됐으며 '세계 최초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을 위한 마지막 제5차 회의가 이번 주 부산에서 개최된다. 모가디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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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가 간 입장 차가 여전히 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로 협상 성안이 어렵고 내년까지 회의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올해 4월 개최된 제4차 정부 간 협상위에서도 "쟁점 사항에 대한 각국 입장을 재확인"(환경부)하는 수준에서 진전 없이 논의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에 INC 의장은 생산 감축 등 견해차가 큰 조항은 '선언적 수준'으로 합의한 뒤 세부 사항을 이후 발전시키자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한국은 5차 회의 개최국이자 HAC 소속이지만 세계 4위 석유화학산업 생산국이란 이중적 위치 탓에 그동안 협상장에서 '폐기물 처리'에 무게를 둔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적극 목소리를 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그나마 최근 김완섭 장관이 "감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으나 협상을 앞두고 정부는 '생산 감축'에 대한 명확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주요 생산국이자 다량 소비국인 한국이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국내 16개 환경단체로 이뤄진 '플뿌리연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량은 연 88㎏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였다. 23일 부산에서 열린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에 참여한 시민 1,000여 명은 각국 대표단을 향해 "특정 산업의 입장이 아닌 시민 목소리를 대변해 강력한 생산 감축을 포함하는 협약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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