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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트럼프, 15개 장관 ‘초고속’ 인선…재무장관에 성 소수자 베센트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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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투자자 스콧 베센트가 지난 8월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연설하고 있다. 애슈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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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재무부 장관에 상대적으로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를 지명했다. 23일(현지시각) 농림부 장관 후보자까지 지명하면서 15개 부서 장관 후보자 인선도 마무리했다. 8년 전 당선 한달이 지나서야 첫 내각 후보자를 지명했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다.

트럼프 당선자는 22일(현지시각) 경제 정책을 총괄할 재무부 장관 후보자로 자신의 핵심 경제 고문인 베센트를 지명했다. 베센트는 당초 재무부 장관으로 낙점돼 있다가 인수위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러트닉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둘 간 자리 쟁탈전이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 16일 ‘공동 대통령’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러트닉은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인물이지만, 베센트는 평소와 다름 없게 일할 인물이다. 지금은 한가한 때가 아니다’는 글을 올리며 러트닉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당선자는 19일 러트닉을 상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면서 각료급 대표가 따로 이끄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까지 안겼다. 산업 정책뿐 아니라 무역 협상까지 러트닉에게 몰아주며 관세 전쟁을 주도할 힘을 실어준 뒤 ‘뒷수습’을 해야 할 재무부 장관 자리엔 상대적으로 온화한 베센트를 지명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 멕시코 등과 무역 전쟁을 시작할 경우 베센트는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책임을 맡게 된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며 “베센트는 시장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능력을 지녔으며, 거시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 월스트리트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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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관심을 끄는 ‘관세 정책’ 관련해 베센트는 ‘협상 도구로 관세를 활용하되, 점진적으로 도입해 물가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선 직후 시엔비시(CNBC)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패배 원인이 고물가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세를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안을 제언할 것이다. 트럼프는 결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스위트 옥스퍼드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베센트는 관세에 덜 공격적인 쪽이었다”며 “강경한 관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의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히더 롱도 관세 확대를 적극 지지하는 트럼프 추종 세력과 ‘자본' 사이의 절충점이 베센트라고 해석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재무장관을 맡았던 스티브 므누신처럼 공개적으로는 트럼프 의제를 지지하되,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베센트도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자의 초강경 관세 공약을 옹호한다. 재무부 장관 자리를 두고 암투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보수언론 폭스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관세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 보호와 외교 정책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며 “다른 나라가 미국 시장에 더 의존적이므로 관세를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출 삭감을 통한 국가 부채 감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혁 등은 그의 또다른 아젠다다. 그는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비생산적인 투자를 장려하는 왜곡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고, 지난 8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번이 미국이 유럽 스타일의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되지 않고 부채의 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국가 부채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상원 인준을 받으면 공화당 내각의 첫 성소수자 장관이 되는 베센트는 헤지펀드 대부이자 민주당의 핵심 기부자인 조지 소로스의 오른팔 출신이다. 소로스펀드의 최고 투자책임자(CIO)로 있다가 독립해 헤지펀드 회사 ‘키스퀘어그룹'을 설립했다. 소로스는 민주당에 엄청난 기부를 해서 공화당 내에서는 ‘빌런(악당)'으로 통한다. 이때문에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내부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로스의 ‘오른팔'로 통했지만, 수년간 소로스와는 대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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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현재까지 지명한 내각 장관 후보자 및 주요 인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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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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