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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가족 문제 소극적 대응이 최대 리스크로···한동훈, 윤 대통령의 길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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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대화하며 면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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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대해 한 대표가 가족이 쓴 글이 맞는지 설명을 거부하면서 당내 공방이 커지고 있다. 한 대표가 과거 이런 논란에 직을 걸고 대응했던 점, 불과 한달 전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란 비판이 나온다. 가족 문제를 최대 리스크로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대표는 지난 5일 당원게시판에 본인과 부인·자녀·장인·장모 등 가족 명의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온 사실이 알려진 후 본인 명의의 글은 자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가족 명의 작성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측은 당원들의 익명성을 보호해야 해서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 없이는 조사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친한동훈(친한)계는 가족 게시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친윤석열(친윤)계의 의도가 악의적이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물불 가리지 않고 ‘한동훈 죽이기’에 혈안인 사이비 보수집단이 있다”고 적었다. 친한계 핵심 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확실해지니 그 사람들은 이제 한동훈만 없으면 편해질 것”이라며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최종 부결된 후엔 한 대표를 향한 공격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는 한 대표 가족들이 쓴 글이 맞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여론전도 펴고 있다. 국민의힘이 최근 한 대표와 가족 명의로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글 1068개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들 글에는 대통령 부부 욕설·비방글이 없다고 한다. 언론 기사와 사설을 단순 인용한 글이 250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나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사퇴 촉구 등 정치적 견해 표명이 463개로 다수였다.

하지만 한 대표가 자신과 가족을 향한 공세에 직을 걸며 단호하게 대응했던 과거의 모습과 달라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표는 2년 전 김의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법무부 장관직을 걸겠다”고 했고, 지난 7월 전당대회 때 부인이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했다는 원희룡 후보의 공격에는 “그 후보와 제 처가 일면식이라도 있다면 제가 정계은퇴하겠다”고 강하게 맞대응했다.

친윤계도 이 점을 활용해 공세를 펴고 있다. 김은혜 의원은 이날 SNS에 “매사 똑부러진 한 대표는 대체 어디로 간 거냐. 당원과 국민에게 간단한 일이 왜 당대표 앞에선 왜 어려운 일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SNS에 “‘한핵관’ 시켜서 변명 늘어놓지 말고 깔끔하게 가족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했다.

가족 문제를 최대 리스크로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올해 초 (김 여사의) 디올백 문제 같다”며 “(가족이 쓴 글이 맞다 해도) 진지하게 사과하고 넘어가면 매듭지을 수 있는데 공격당하기 싫어서 안하고 넘어가니 한 대표도 그 굴레 속에 갇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윤 대통령에게 부인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자신의 가족 문제에는 입을 꾹 닫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이런 모습은 차기 주자로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가족 게시글 논란이 지속되면서 여당이 김 여사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특별감찰관 추천,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 교체 등 쇄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야당 대표가 재판에 휘청이는 이 좋은 타이밍에 국정을 어떻게 쇄신할지 논의는 다 사라져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 실장도 “한 대표가 자신이 띄운 여·야·의·정 협의체 등 현안에서 성과를 위해서라도 이걸(가족 게시글 논란)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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