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등 위장수사 범위 확대 불구
野, 행안위서 전액 삭감 단독의결
"기밀수사 어쩌란 건지" 일선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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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가 야당 주도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경찰의 특별활동비(특활비)를 전액 삭감했다. 정보 및 사건수사 등에 직접 쓰이는 경찰 특활비를 없앤 것은 최근 국회에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등 경찰의 수사 범위 확대 기조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20일 행안위는 야당 단독으로 경찰청 특활비 31억6000만 원을 전액 삭감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2025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특활비와 함께 경찰국 예산 1억700만 원도 함께 날아갔다. 기동대 운영·관리 예산과 방송조명차·안전펜스 구매 예산 또한 각각 35억1400만 원, 26억4000만 원 감액됐다.
문제는 정작 경찰이 특활비를 사용해야 하는 수사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달 14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최근 딥페이크 허위 음란물 논란이 터지자 발의된 ‘성폭력 처벌법’을 통과시켰다. 당초 아동·청소년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서만 가능했었던 위장수사의 범위가 성인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까지 확대된 것이다. 또 첩보를 입수하고 비밀리에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마약범죄 수사 분야도 이번 특활비 삭감으로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이달 9일 민노총과 야당이 서울 시청에서 집회를 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총 11명의 집회 참가자가 현행범 체포해 연행했다. 이를 두고 야5당은 경찰이 폭력적으로 평화집회를 진압했다며 조 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조 청장이 “불법 행위가 있었고, 이를 제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자 야당 측은 입장문을 내고 “사과가 없을 경우 경비국의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특활비 등을 꼼꼼히 따지겠다”며 맞불을 놨다.
야당이 예산을 건드리자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마약과 사이버 등 특활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분야를 두고 수사가 부실하다고 매번 지적하던 야당이 특활비를 없애겠다고 하는데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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