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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단독]‘공학전환 반대’ 동덕여대 총학생회장 “정치·젠더갈등에 학생 이용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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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이 2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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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동덕여대는 남녀공학 논의 잠정 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학생들이 공학 전환 시도에 반대해 건물 점거·래커칠 시위 등을 이어간 지 11일 만이었다. 그렇지만 갈등의 골은 봉합되지 않았다. 지난 23일 학교 측은 교내 CC(폐쇄회로)TV 300여개를 분석해 기물 훼손 행위자를 가려내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공학 전환 철회에는 확답하지 않으면서 손해배상에만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겁박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22)은 24일 경향신문사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란 이후 학교 안팎에서 이어져 온 일련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의 손해배상 요구에 대해선 “공학 전환 철회·민주적 학사 행정을 위한 논의가 먼저”라고 답했다. 최근 일부 정치권 인사나 여성혐오 세력이 이번 시위를 ‘폭력 시위’로 규정한 것을 두고는 “비민주적 학사 행정에 학생들의 불만이 켜켜이 쌓여 터진 사태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학생들의 시위를 이용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교 측, 외부인의 공격은 외면하고 학생들만 겁박해”


-학교 측이 “CCTV를 분석해 책임자를 가리겠다”라고 했다.

“지난 21일 면담에서 학교 측은 ‘학생들과의 의사소통 구조를 새롭게 구상하겠다’라고 했다. 대화의 실마리는 마련했다고 생각했고 학교를 믿고 본관을 제외한 건물 점거를 해제했다. CCTV로 배상 책임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낼지는 몰랐다. 총학도 입장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

-학교 측에서는 피해 금액을 최대 54억원으로 추산했다.

“지금 여론은 ‘공학 전환 문제는 일단락됐으니 배상해야 한다’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학생들 입장은 전혀 다르다. 공학 전환 문제를 더 논의해야 한다. 그간 비민주적으로 이뤄져 온 학교 측의 소통 방식을 고려하면 공학 전환이 재논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손해배상 얘기부터 꺼내는 학교 측의 의도는 학생들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54억원 금액도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학교가 일방 통보한 것이다. 배상 문제는 공학 전환 문제부터 매듭짓고 학교와 다시 얘기할 문제다.”

-시위 이후 신남성연대 등 학교 외부인으로부터 학생들을 향한 조롱과 공격이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학생 신상털기가 이뤄지고, 동덕여대 학생을 사칭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까지 등장했다. 사칭 카톡방에 올라온 내용이 재학생 의견처럼 확산하기도 했다. 총학생회가 학생들 피해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고 언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현재 피해 신고 사례가 매일 여러 차례 접수된다.”

-학교 측은 지난 21일 면담에서 “신남성연대에 동의하는 학생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의 분노 여론이 크다. 학교 측은 신남성연대가 어떤 단체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것 같다. 학생들이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동안, 학교는 무얼 하고 있나. 당장 학생 안전이 위협받는데 손해배상 청구에만 몰두해 학생들을 압박한다.”

‘공학 전환 철회’ 의견 수렴한다더니…“왜 학생 2000명의 의견은 무시하나”


경향신문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이 2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동덕여대 남여공학 전환 반대시위 등에 관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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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학교에 바라는 것은.

“공학 전환 논의를 당장 철회하길 바라지만 그게 어렵다면 학생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구조라도 만들어야 한다. 학교는 재학생 3분의 1인 2000명가량이 총회에서 철회에 동의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직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아 논의할 수 없다’고 한다. 전수조사를 하자고 하던지, 학교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의견 수렴이 안 됐다는 입장은 비겁하다.”

-학교는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이들이 다수가 아니라고 보나.

“총회에 모인 학생들은 재학증명서 등으로 일일이 재학생 신분을 확인했다. 이것조차 못 믿는다면 도대체 대학본부는 무엇을 믿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인가. 학교가 학생들의 반대가 거센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지난 면담에서 내가 ‘(기물 파손은) 총학생회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마치 ‘총학생회가 학생들과 선을 그었다’는 식으로 보도됐는데 그 의도가 아니었다. 학교가 학생들의 분노를 직시하지 못한 현실을 말한 것이었다.”

-공학 전환 반대 학생이 다수인 상황에서, ‘거수투표’가 찬성 의견을 표출하기 어려운 형식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비표 거수투표는 몇 년 전부터 해온 방식이다. 이번 총회의 의미는 학생 2000명이 의견 표출을 위해 총회를 찾았다는 점이다. 거수투표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논점을 벗어난 것이라 생각한다.”

-교내에 이견은 없나.

“학생 대부분은 시위에 동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령 ‘수업 거부 시위’도 학과 차원에서 투표를 통해 진행했는데 학생 대부분이 참여했고, 투표 결과 거의 모든 학생이 수업 거부를 원했다. 이번 사태는 총학생회가 나서기 전에 학생들이 일어난 것이다.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내 여론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본질은 비민주적 학사행정…“정치·젠더갈등에 이용 말라”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태는 일부 교수님들이 수업 시간에 ‘내년부터 남학생들 들어온다더라’라고 얘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여자대학이 공학으로 바뀐다는 것은 매우 큰 학사 개편이다. 학교는 이를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입장 표명 요구에도 침묵했다. 대학 본부의 비민주적인 태도에 그간 누적됐던 분노가 터진 것이다. 지난해 학생이 교내에서 사고로 사망했을 때에도 학교가 흐지부지 넘어가 분노가 쌓였다. 무전공 입학이나 단과대학 신설 같은 학제 개편도 학생회에 일방 통보한 후 진행돼 불만이 누적돼왔다.”

-최근 “여대에 취업 불이익 주겠다”라는 식의 협박성 글도 온라인에서 떠돈다. 산업인력공단 이사장도 “동덕여대 출신을 걸러내고 싶다”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여대를 대상으로 취업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겁박은 항상 나왔다. 여대에 취업 불이익을 준다면 그 자체가 남녀 불평등의 증거 아닌가. 이번 사태를 틈타 본인들의 생각을 정당화하는 데 우리 학생들을 이용하지 말라. 학내의 문제가 젠더갈등으로 비치는 이유는 그것을 젠더갈등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이 몰아가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동덕여대 폭력 사태 주동자들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본질은 보지 않고 ‘폭도’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것을 보며 본질도 맥락도 파악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들에 향한 여론을 우리 학교 일로 돌리고 무마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른으로서 행동하시고, 다시 말하지만, 저희를 이용하지 마시라.”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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