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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활황때 벌여놓은 개발사업 침체기 금융부실 뇌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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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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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수익형 부동산 사업이 결국 국내 6위 부동산신탁사 무궁화신탁의 발목을 잡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벌인 '책임준공형 관리형(책준형)' 토지신탁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 사업은 건설사나 시행사가 자금난 등으로 약속한 기간 안에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신탁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활황 때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이 이 같은 방식으로 많이 지어졌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침체되며 수익형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그 불똥이 부동산신탁사로 튀었다. 무궁화신탁은 책준형 토지신탁 관련 채권을 어떻게든 회수하기 위해 최근 채권관리팀을 별도로 설치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무궁화신탁만의 문제가 아니다. 책준형 토지신탁 부실이 커지는 것은 여타 부동산신탁사들도 마찬가지다. 한 신탁사 임원은 "아무래도 동종 업계가 어려우면 다 같이 도매금으로 취급받지 않냐"며 "신탁업계 전반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은행권에서 신탁업계에 대한 여신심사를 까다롭게 하면 자금난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신탁사 14곳의 올해 상반기(1~6월) 영업손실은 총 2526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에 영업이익 3326억원을 낸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대목이다. 14개 신탁사는 작년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2574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손실 2472억원을 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체 임원은 "과거에 했던 사업으로 손실이 났으면 신규 영업이라도 해야 만회가 될 텐데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새로운 영업을 할 수가 없다. 이 침체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당분간 신탁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무궁화신탁의 경우 부동산 활황 때 몸집을 키우기 위해 전방위 인수전에 나섰던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2020년 인수한 현대자산운용 등 자회사와 케이리츠투자운용 등 관계사의 실적이 대부분 좋지 않다. 올해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은 43억원, 케이리츠투자운용은 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무궁화신탁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다.

무궁화신탁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순이익이 64억원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3분기 영업용순자본비율(NCR·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100)은 125%로 떨어졌다. NCR은 신탁사의 재무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로 낮을수록 위험하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사 NCR이 150% 미만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 권고를 내려야 한다. 3분기 기준 2021년에 695%였던 무궁화신탁의 NCR은 2022년 398%, 2023년 253%로 떨어졌다.

경영개선 권고는 적기시정조치의 가장 낮은 단계다. NCR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경영개선 명령이 내려지고,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도 가능하다. 현재 부동산신탁사 중 NCR이 가장 높은 우리자산신탁(3219%)과는 상황이 대조적이다. 무궁화신탁 측은 "연말까지 NCR을 30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신한자산신탁이 1751억원, KB부동산신탁이 1058억원, 교보자산신탁이 7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회사인 금융지주회사가 탄탄해 유상증자 등 방법으로 자본 수혈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부동산신탁사의 토지신탁 내실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중 책준형 토지신탁 모범규준을 새로 마련하고, 내년에는 NCR 규제도 재정비할 방침이다.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를 정하는 규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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