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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선진국 기후 분담금’ 연 3000억달러…개도국 “적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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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일 새벽(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의장인 무흐타르 바바예프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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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기후변화 대응에 쓰일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에 대한 당사국들의 막바지 합의를 이끌어내며 막을 내렸다. “선진국들이 기후재원 마련에 2035년까지 해마다 최소 3천억달러 기여를 주도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반대했던 개발도상국들이 마지못해 합의하는 등 이번 총회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애초 22일 폐막 예정이었던 총회는 24일 새벽(현지시각) ‘신규 기후재원 목표’에 대한 합의문 도출 뒤 폐막했다. 최종 합의문을 보면, 당사국들은 “모든 행위자”(all actors)들이 “기후 행동을 위해 공공·민간 자원을 통해 개발도상국들에 제공할 재원을 2035년까지 해마다 최소 1조3천억달러(약 1827조원)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했다. 또 ‘선진국(24개국·유럽공동체)의 재정 지원’ 책임을 명시한 파리협정 9조에 의거, 합의문은 “선진국 당사자들은 개발도상국 당사자들의 기후 행동을 위해 2035년까지 해마다 최소 3천억달러 제공을 주도한다(taking the lead)”고 명시했다. 논란이 있던 중국 등 ‘신흥 경제국’에 대해선 기후재원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선진국들의 과거 ‘연간 1천억달러 지원’ 약속이 2025년 만료되면서, 이번 총회에선 새로운 기후재원 체제를 어떻게 만들지가 과제였다. 특히 전체 1조3천억달러 기후재원 가운데 선진국 기여분이 얼마일지가 핵심이었다. 폐막 예정일인 22일 이를 “2035년까지 연간 2500억달러”로 한 안이 제시됐으나 “2030년까지 연간 5천억달러”를 주장하는 개발도상국들이 반발하면서 폐막이 미뤄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최빈국연합(LDC)이 중간에 협상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후 24일 0시를 넘겨서야 “최소 3천억달러”를 명시한 최종 합의문이 나온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마지못해 합의했지만, 합의안에 날 선 비판을 내놨다. 파나마 대표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고메스는 “합의문 없이 바쿠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최종 합의문을 받아들였지만, 우리는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도 대표 찬드니 라이나는 합의 뒤 연설에서 “선진국 당사자들이 책임을 다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결과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상장 바깥에서도 ‘2035년까지 최소 3천억달러’ 초안이 공개되자 시민단체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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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새벽(현지시각) ‘신규 기후재원 목표’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던 과정에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고메스 파나마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이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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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총회 협상이 막바지에 달한 24일 새벽, 협상장 밖에서 기후단체 활동가들이 선진국들의 기후재원 책임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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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개발도상국·시민단체 등의 반응이 부정적인 이유는, 기후재원에 대한 선진국의 기여와 관련해 규모, 시기, 조달 방법 등 모든 측면에서 합의가 불충분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린피스가 이날 낸 논평에서 기후정치 전문가 트레이시 카티는 “선진국들은 빈 주머니로 총회에 와서 개발도상국들을 쥐어짜 (최종 합의안에) 동의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2035년까지 3천억달러’는 너무 적고, 너무 늦고, 보조금·공공자금이 아닌 대출·민간자금으로 제공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총회 현장에서 만난 국제환경단체 ‘지구의벗’ 소속 활동가 키르타나 찬드라세카란은 “제시된 합의문에는 선진국이 기후재원에 ‘기여’한다고만 적혀 있을 뿐, 개발도상국에 재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 이는 파리협정에서 했던 약속을 깨기 위한 오랜 시도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폐막 연설에서 비록 “‘재정’(기후재원 마련)과 ‘완화’(온실가스 감축) 모두에서 더 야심 찬 결과를 희망했지만, 이번 합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약속은 반드시 전액, 제때에 이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아일랜드 대통령인 메리 로빈슨은 “‘2035년까지 3천억달러’가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부족하긴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삼아 전체 1조3천억달러를 창출하려는 의도는 옳다. 지원이 아닌 투자”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회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목표 달성에는 매우 약했다”고도 평가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폐막 연설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중요한 합의를 이뤄냈다. 28회 총회(아랍에미리트)에서 세계는 ‘재생에너지 세 배 증가’ 약속을,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재원을 세 배로 확대하는 약속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한편 이번 기후총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를 국제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국제 탄소시장’ 조성의 뼈대가 될 세부지침에 대한 합의 도출 등의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된다.



바쿠/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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