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교육부 대학규제개혁협의회 위원장·전 고려대 총장 |
그야말로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대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으며, 저출산과 지역 소멸의 위기가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핵심 주체다. 이제 대학은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변화를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급격한 사회 변화에 부합하는 학문과 기술을 창출해야만 한다.
이러한 대학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 대학규제개혁협의회는 대학, 산업계, 지방자치단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지난 2년간 교육 현장의 규제를 발굴·개선해 왔다. 교지 면적 기준 폐지 등 학교 운영과 관련된 기준을 개선했고, 학과·학부를 두는 원칙을 폐지하는 등 교육과정에 관한 다양한 규제를 완화하였다.
그러나 규제 중심으로 규율된 ‘고등교육법’이 개정되지 않아 근본적 개혁을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10월 30일, 고등교육법 제정 이후 최초로 여야 공동으로 고등교육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고등교육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고등교육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후 교육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학교의 자율성 강화 △학교의 지평 확대 △학교의 역할 강화 및 학생 등 지원 확대 △상시 규제 발굴 체제 구축 △대학-지역 동반성장 패러다임 마련의 다섯 가지 방향으로 전부개정안을 마련했다.
대학 현장에서 교육과 행정을 담당해 왔고, 지난 2년간 대학을 둘러싼 규제를 개혁하는 협의회에서 활동했던 필자로서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현장에서 제기된 다양한 규제 개선 과제를 반영한 개정안을 여야가 공동 발의한 것에 크게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표한다.
무엇보다 대학에 대한 교육부 장관의 포괄적 지도·감독권을 ‘긴급하고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대폭 축소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대학 자율의 핵심인 학사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학의 지평도 넓어졌다. 개정안은 대학의 역할을 교육·연구 환경 조성을 넘어 산학협력 촉진 및 평생교육 진흥, 지역 협력까지 확대했다. 금번 개정안을 통해, 대학이 기존의 20대 학령인구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의 평생교육을 담당하여 대학 캠퍼스가 세대 간 교류의 장이 되고 초고령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적 플랫폼이 될 것이다.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 장(章) 신설로, 지역과 대학이 상호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법 개정을 통해 지역 내 대학-지역 동반성장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대학의 실험적인 시도들이 지역의 혁신을 이끌어 낼 것을 기대한다.
1998년 고등교육법이 제정된 지 한 세대가 지났다. 늦은 감이 있지만 새로운 세대를 위한 고등교육의 혁신을 위해, 여야가 합심하여 고등교육법 전부개정의 첫발을 뗐다. 모쪼록 개정안이 회기 내 통과돼 우리 고등교육이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과 새로운 업(業)의 창출을 통해 국가의 희망찬 미래를 보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진택 교육부 대학규제개혁협의회 위원장·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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