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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사설] 與 당원 게시판 논란에 침묵해 리더십 위기 자초한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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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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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당원 게시판’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온라인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의 당원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다수 올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뒤로 20일 넘게 친윤(윤석열)계와 친한(한동훈)계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도 친윤계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매사에 똑 부러진 한 대표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라고 한 대표를 비판했다. 여권을 향한 쇄신 요구가 비등하고 민생 현안도 산적한 상황에서 집권당이 게시판 논란으로 당력을 허비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제 국민의힘은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 1068개를 전수조사해 발표했다. 한동훈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은 161개였고, 이 중 12개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위 높은 욕설과 비방이 포함됐다고 한다. 한 대표 측은 이를 모두 동명이인의 글이라 해명한 바 있다.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은 907개에 달했다. “이들 대다수는 단순 정치 견해 표현, 격려의 글”이라는 게 친한계 지도부 설명이다. 이런 조사 결과로 논란을 잠재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 의원도 “그래서 가족이 썼다는 겁니까. 안 썼다는 겁니까”라고 다시 한 대표를 몰아세웠다.

윤 정부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런 한가한 문제로 당무 감사를 하자느니, 경찰 수사에 맡기자느니 공방을 벌이는 집권당의 행태는 혀를 찰 노릇이다. 회피성 답변과 침묵으로 일관하며 갈등과 의혹을 키운 한 대표의 책임이 크다. 그는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 “위법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건건이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등 본질을 비켜 간 해명만 내놨다.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공세에 즉각 반격하던 평소 한 대표 스타일과는 너무 달라 의혹이 확산했다.

만약 한 대표 가족이 악성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면 되는데, 한 대표는 주저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가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집권당의 계파 갈등은 심화하고 쇄신 논의도 오간 데 없어졌다. 최근 들어 한 대표의 쇄신 목소리가 급격히 약화한 것도 당원 게시판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당이 쇄신과 민생 현안에 집중하려면 이 논란을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 한 대표가 가족에게 확인만 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한 대표는 더 이상 자신의 리더십 위기를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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