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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수류탄 트럼프가 호재다…"금 내년 3000달러 찍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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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해진 MAGA’ 원자재 가격 어디로



■ 경제+

To me the most beautiful word in the dictionary is ‘tariff’(내게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다). 지난 10월 대통령 선거 후보로서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말이다. 이 문장 하나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 자산 시장의 향방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세는 트럼프 시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며,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에 영향을 준다. 금리와 달러가 출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워지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은, 귀금속 가격도 덩달아 출렁인다. 게다가 관세는 국가 간 무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경기의 바로미터가 되는 구리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에게 관세가 ‘아름다운’ 단어일지 몰라도 투자자들에겐 ‘잔혹한’ 단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인 열풍에 금 수요 주춤…중앙은행 ‘큰손’ 간과 못해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다양한 자산 중 특히 금·은·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향방을 전망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본다. 일례로 대선 직후 금값은 떨어졌지만, 트럼프 시대가 시작되면 금은 오를 거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안전자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올해 금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에 따르면 연초 트로이온스(Troy Ounce, 약 31.1g)당 2074.9달러였던 금 현물 가격은 10월 말 2783.95달러까지 치솟았다. 10개월 동안 34%나 올랐다. 그러다 대선을 전후로 금값은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으로 법인세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보편적 관세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미국채 금리와 달러가 단기적으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금값은 반등하기 시작했고, 11월 24일 현재 2716.15달러를 기록 중이다.

“금과 은 가격에서 중요한 건 미국의 통화 정책과 글로벌 통화 정책의 방향성이다. 금 가격이 그동안 강세를 지속해 온 가장 큰 배경은 지정학적 이슈나 안전자산 수요도 있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긴축을 끝내겠다고 발언하면서 긴축 국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년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은 속도의 문제일 뿐 다시 긴축으로 돌아갈 만한 이슈는 없다. 올해 12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2025년까지 최대 네 번 금리가 인하된다고 보면 금 가격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3000달러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

최근 금 가격이 내린 원인 중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의 급등도 있다. 비트코인이 금·달러의 대체재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금과 비트코인이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에 비트코인이 폭등했고,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트럼프 승리 이후 역대 최고치로 마감하자 자본이 금에서 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Gold shares’에서는 11월 둘째주 2년 만에 가장 큰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왔고, 총 금 보유량도 0.4% 줄었다.”(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



금, 긴축 완화기엔 늘 올라…일부 “내년 3000달러 갈 것”



하지만 전문가는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이 오히려 금을 저가에 매수할 기회라는 것이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미국의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미국계 운용사 테마ETFs(Themes ETFs)의 타일러 크리스코비악 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금값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 금을 매도하지 않고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가 어떤 수입 관세를 부과하든 미국 소비자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또 예측 불가능하며 미국 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정치 브랜드 전략이 정치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크리스트코위악 부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트럼프는 ‘혼돈의 수류탄(Chaos grenade)’이다. 즉, 트럼프의 승리 자체가 시장을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며, 이는 시장이 어려울 때 가장 좋은 피난처로 여겨지는 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민간 부문의 수요도 중요하지만 금값을 결정하는 ‘큰손’은 따로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종식돼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옅어져 금값도 떨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2년간 금값을 끌어올린 신흥국 중앙은행이 지속해서 금을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서 달러 채권을 보유했던 외환보유고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커졌다. 중국이 3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중 달러 채권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 비중을 최근 5%까지 늘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고된 재정적자도 금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재정적자 확대가 순이자 지급의 증가로 이어져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국채 가격 하락(금리상승)으로 이어진다.



구리는 전문가 전망 엇갈려…중국 부양책 위력이 ‘관건’



“역사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가 문제가 됐을 때는 금리가 높은 상황이어도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 국채 발행이 많아질수록 달러가 가진 안전 자산의 지위에 훼손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감세를 하는데 정부 지출은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트럼프 2기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해 달러가 강해지기보다는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존 가치에 대한 혼돈이 투영되는 금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다. 그렇다고 (금에) 돈을 왕창 싣기보다는 ‘보험’ 내지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내년도에도 금값이 계속 오른다는 확신이 있을 땐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전문가는 KRX 금시장을 통한 금 투자를 공통으로 추천했다. 금값이 이미 많이 올라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아주 높진 않은 만큼 수수료와 양도소득세를 아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 ETF 중에선 내년도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환 헤지가 되는 금 ETF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했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구리는 건설 등 전통적인 산업부터 정보기술(IT), 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분야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는 필수 산업재다. 문제는 전 세계 구리 수요의 50%를 중국이 차지한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구리 가격(런던금속거래소·LME)은 연초 t(톤)당 8500달러 수준에서 지난 5월 1만857달러까지 뛰었다가 다시 하락해 11월 13일 기준 8968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구리 가격에 대한 전문가의 전망도 엇갈린다.

중앙일보

김영희 디자이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제조업 경기 하락을 가져오며, 이는 단기적으로 구리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구리는 비철금속 중에서도 GDP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 전환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정책 전환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신재생 부문에서 구리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됐다. 결국 중국의 부양의 정도에 따라서 반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최근 열린 중국의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나온 부양책에 시장이 실망했는데 올해 12월과 내년 3월에 좀 더 과감한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홍성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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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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