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vs 친한 갈등 격화…'이재명 유죄' 반사이익도 못 봐
친윤 "명의도용 가능성…당무감사로 해당행위자 축출"
친한 "'해당행위성' 불분명…'실명 노출'이 문제의 본질"
시민 단체, 한동훈 등 고발…경찰 수사로 규명될 판
한 대표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허위다' '분란을 일으켜 분열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나 친윤계는 이번 일을 한 대표 또는 한 대표의 가족의 '해당 행위'로 몰고 가고 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 당 내 '반 한동훈 측'에서는 댓글부대 존재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제2의 드루킹' 사태라며 일을 키우고 있어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다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4.11.21.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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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의혹 제기…당 "허위사실 유포"
지난 5일 한 보수성향 유튜버는 방송을 통해 '한 대표가 당원게시판에 비속어를 섞은 글 수백 건을 올려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일부 당원들이 당원게시판 홈페이지 내 '작성자 검색 기능'을 통해 한 대표 아내 진 모씨·장인 진 모씨·장모 최 모씨·모친 허 모씨 이름 등을 검색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은 익명(작성자가 성씨만 공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 명의로 올라온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을 비난하는 내용의 여러 글이 추가 발견되면서, 사안은 일파만파 번졌다.
국민의힘은 6일 오전 1시부터 10시까지 당원 게시판을 폐쇄하고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이후 당원게시판 홈페이지 내 '작성자 검색 기능'이 작동되는 건 시스템 오류였다고 발표했다. 사무처는 점검 기간 동안 해당 기능이 작동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당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제 당원게시판 관련 한 유튜버의 허위 사실 유포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므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논란에 일차적으로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07. [사진=곽영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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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민전·김재원 등 친윤(친윤석열)계 최고위원들이 당의 추가 조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행위가 명백할 경우 당무감사를 통해 (그 당원을) 축출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 역시 11일 최고위 회의에서 "당무감사를 조속히 해서 그동안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문제로 끝나는 듯했던 당원게시판 논란은 이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쟁점이 됐다. 김미애 의원이 지난 11일 의원 단체대화방에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윤 대통령 부부 비판 관련 글에 대해 '당무감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여권 유력 인사들도 본격적으로 논란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를 욕하는 게시물이 당 대표 가족 이름으로 수백 개가 게시됐는데, 당은 사안의 진상을 규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쉬쉬하며 그냥 넘어가려는 것 같다"며, 서범수 사무총장을 겨냥해 "당은 증거인멸할 생각 말고, 즉각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법률자문위원회와 사무처의 대응을 지켜보던 추경호 원내대표도 12일 서 사무총장에게 '조속한 논란 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탄핵 남용 방지 특별법' 당론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9.12.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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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자문위 "한 대표는 아니다"…가족 의혹은 침묵
논란이 커지자 주 의원은 13일 재차 "확인한 결과 (유튜버의 주장이) 허위사실임을 확인했다. (글 작성자는) 한 대표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한 대표 비방용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유튜버에 대해서도 "내일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대표 가족들이 올린 글과 관련해선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파장은 14일 열린 '특별감찰관 의원총회'까지 이어졌다. 의총 초반 '조건없는 특감 추천'으로 오랜만에 뜻을 모은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는,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이날 서 사무총장이 상황을 보고하며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당무감사는 힘들다'는 취지로 말하자, 김미애 의원 등 친윤계 3~4명이 당무감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강도 높은 발언으로 맞받았다고 한다. 추 원내대표도 의총 후 "의원 일부가 구체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의원 등 참석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양쓰레기 관리 개선과 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2024.11.19.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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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윤 중진들, '가족 의혹' 집중 공격
그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1심에서 당선무효형 선고를 받으면서 논란은 일시적으로 잠잠해졌다. 하지만 19일 당대표를 지낸 5선 친윤 김기현 의원이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 1심 선고로 민주당이 위기에 빠졌으니, 하루빨리 당내 잡음을 정리하고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취지로 진상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5선 친윤 권성동 의원 역시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한 대표 가족의 명의도용 여부다. 한 대표가 가족들 명의 글 게시에 대해 시원한 해명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가족 글 작성에 대한 당무감사를 촉구했다.
지난 19일 따라 붙는 기자들을 피해 급히 의원회관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고 '런(Run)동훈'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한 대표는 체면을 구겼다. 21일에서야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놨지만 "건건이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고 등 문제 사안이 많은 중요 시기에, 그렇게(건건이 대응) 해서 이슈를 덮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글 작성자가 가족이 아니라고 밝히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친윤계 지적에 대해서도 "당원 신분과 관련된 얘기다.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말해줘야 하나"라며 "그럴 문제가 아니다"라며 딱 떨어지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14.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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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표 측 "익명 게시판, 검열하겠다는 건가"
한 대표 측은 지난 주말까지 해당 사안은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며, 만약 글 작성자가 한 대표 가족이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친한계 핵심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당무감사는) 익명 게시판을 당에서 검열하겠다는 것"이라며 "(친윤계에서) '해당 행위'라고 하는데, 무엇이 해당 행위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지 이런 일이 앞으로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 개선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친한계 지도부 인사도 "익명 게시판에 누가 글을 썼는데, 시스템 문제로 그 이름이 공개 노출된 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며 "그 시스템에 관해 비판을 해야지, 대통령을 욕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저쪽(친윤계)은 한 대표 가족이 나와서 아니라고 해도 곧이 곧대로 믿지도 못할 것"이라며 "지금 한가롭게 이런 걸로 시간 보낼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은 한 대표와 가족들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쓴 작성자들을 지난 11일과 19일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3일에 이어 22일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2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경찰은 당 사무처에도 당원 게시판 서버에 대한 자료를 보존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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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전수 조사…"한 대표 글은 없어"
당은 최근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그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 1068개를 전수 조사했다. 이 가운데 '한동훈' 명의 글은 총 161개였다. 앞서 한 대표 측은 이를 동명이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은 총 907개다. 당은 이 중 250개가 언론사 사설이나 기사였고, 격려성 글이 194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반대나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사퇴 촉구 등 단순 정치적 견해 표명이 463개였다고 설명했다. 사무처는 글 내용 분석을 통해 문제가 될 정도로 수위가 높은 글은 12건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한 대표가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아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한 대표는 게시글을 작성한 사람이 가족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그간 한 대표는 이 대표 1심 선고만 기다려오지 않았느냐"라며 "본인도 지금이 민주당과의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아는 상황이다. 또 다시 당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이면, 지금 상황이 결국 국민과 지지자 눈에 한 대표의 한계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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